이명박 대통령이 해외식량기지 구축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농림수산식품부가 올해부터 민관 합동으로 꾸린 조사단입니다. 해외 농업투자 적격 지역을 발굴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이 조사사업에 5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이 사업을 위탁받은 한국농어촌공사는 이달 9∼22일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3개국에 29명을 보냈죠. 중요한 시기에 막중한 임무를 맡은 조사단 활동이 궁금해 이 중 베트남 농업환경조사단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봤습니다. 뜻밖에도 일부 조사단원은 이 조사가 졸속으로 진행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했습니다. 2주 동안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와 농업경제연구소 등 18개 기관을 방문하며 밤낮 없이 바빴다는데도 말예요. 왜 그럴까요.
첫째, 조사단의 전문성입니다. 조사단은 농어촌공사와 농협중앙회 각 2명과 농촌진흥청 한국사료협회 농수산물유통공사 농식품신유통연구원 각 1명, 민간기업 실무자 2명으로 구성됐습니다. 한데 이 조사단에는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더군요. 당초 조사단장은 농어촌공사 해외사업팀 실무 차장이었으나 내부 사정으로 농어촌공사 본사 이전 기획반장으로 급히 변경됐습니다. “한 조사단원은 공사 직원들과의 친분으로 포함됐다”는 것이 참여자들의 전언입니다.
둘째, 조사방식입니다. 한 조사단원은 “일정에 쫓기느라 어떤 방문처에서는 그 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묻는 지극히 초보적 수준의 조사만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e메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자료를 몇 시간 이동해 받기도 하고, 통역도 부실했답니다.
셋째, 보고서 만능주의입니다. 조사단원들은 베트남 닥락 지역의 옥수수 밭에서 5분간 급히 사진만 찍었다고 했습니다. 다음 달까지 농식품부에 제출할 보고서용 사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유명 커피 산지입니다. 일정에 쫓겨 하노이 북쪽의 유명 옥수수 산지 대신 닥락의 작은 옥수수 밭에 간 겁니다. 단원들 사이에서는 “조사가 부실해 나중에 국감에서 혼쭐날 것”이란 자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조사 보고서는 내년에 정부가 민간 기업들에 제공할 해외농업 투자 가이드라인의 토대가 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부실하게 만들어진 보고서로 어떻게 투자 가이드를 하겠다는 것인지 안타까웠습니다. 조사를 다녀온 일부 단원조차 “대통령 의중에 맞추느라 농업 단체들이 마음만 바쁜 것 같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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