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군에서 전통주 ‘구기주’를 생산하는 임영순 씨(73·여·전통식품명인 제11호)의 직장 동료는 며느리 한 명뿐이다. 15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구기주는 ‘최고의 명주(名酒)’로 언론에 수차례 소개됐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임 씨는 “팔리지 않으니 사람을 더 쓸 여력도 없다”고 털어놨다. 수요가 많은 명절 때만 술을 빚을 뿐 이외의 기간에는 농사일로 바쁘다. 임 씨는 “구기주만 팔아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고, 농사가 주요 벌이”라며 “수출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기주의 상황은 현재 전통주 업체들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2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통주 업체 6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통주 국내외 산업현황 및 세계화 가능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주 업체의 평균 가동일은 168일, 직원은 3.8명이었다.
전통주 업체의 평균 자본금은 6046만 원, 연평균 매출은 7억8000만 원으로 영세했다. 매출 10억 원 이상인 곳이 21%였으나 1억 원 미만인 곳은 이보다 더 많은 38%였다.
정부가 한식 세계화와 함께 ‘한국의 대표 술’을 키우기 위해 전통주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전통주 업체의 70%는 향후 3년 내 전통주 시장 규모가 ‘비슷’(35.0%)하거나 ‘저조’(35.0%)할 것이라고 답했다. ‘커질 것’이라고 답한 업체는 28.3%에 그쳤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막걸리 등 최근의 전통주 바람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이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체들은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과제(복수 응답)로 ‘소규모 업체 주세 차등화’(78.3%), ‘인터넷·통신 판매 확대’(45.0%), ‘제조 방법 및 원료 규제 완화’(18.3%) 등을 꼽았다. 이번 조사는 7∼9월 전국의 전통주 업체 205곳 중 60곳을 골라 서면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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