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리포트]삼성화재 애니카 車보험 1위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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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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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맨먼저 통합브랜드 첫 도입 돌풍
②다르게 차량점검 고급서비스 듬뿍
③다함께 재난방지-사회공헌 앞장


‘애니카’(삼성화재), ‘하이카’(현대해상), ‘프로미’(동부화재), ‘매직카’(LIG손보)….

자동차보험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브랜드다. 상품 이름에 해당하는 브랜드의 중요성은 생각보다 크다. 특히 실제로 만져보거나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무형의 상품인 보험에서 브랜드는 상품의 이미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2002년까지 국내에는 보험사는 있지만 브랜드는 없었다. 이런 보험업계에 브랜드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은 2002년 4월 출범한 삼성화재의 대표 브랜드 ‘애니카(Anycar)’다. 1995년부터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1위를 달려온 삼성화재는 애니카라는 브랜드를 내놓은 뒤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2000년 27.2%에서 애니카 브랜드를 도입한 2002년 31.0%로 급등했다. 또 한국서비스품질지수 7년 연속 1위, 한국산업고객만족도(KCSI) 11년 연속 1위, 국가고객만족도(NCSI)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자동차 보험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 상품에 생명을 불어넣어라

애니카의 등장은 2001년 보험가격 자유화가 배경이 됐다. 1990년대까지 자동차보험 시장은 상품 차별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정해진 범위의 보험료를 유지해야 했던 표준가격 체제 아래에서 모든 보험사는 비슷한 보험료와 서비스를 제공했다.

삼성화재는 이 빈틈을 공략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등장한 보험브랜드인 애니카는 고객에게 ‘삼성화재는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일부 보험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보상서비스 제도 등에 브랜드를 도입했지만 상품과 서비스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를 도입한 것은 애니카가 처음이었다.

물론 이름만 잘 지었다고 저절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화재는 애니카 브랜드 도입과 동시에 엇비슷한 상품들 아래 감춰져 있던 고객들의 욕구를 채워줄 다양한 보험상품을 내놓았다. 20대를 겨냥한 ‘애니카 슬림’, 60대 이상 장년층을 위한 ‘애니카 실버’, 고소득자를 위해 보장 범위를 크게 넓힌 ‘애니카 VIP’, 교통사고에 따른 법률비용을 보장하는 ‘애니카 파워’와 같이 고객의 나이와 소득을 고려한 상품들은 맞춤형 자동차보험이란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다. 브랜드마케팅 전문가인 제일기획 윤영석 국장은 “어렵고 차별화하기 힘든 보험상품에 최초로 브랜드를 도입한 것은 상품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다양한 상품을 더해 소비자들이 차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가격경쟁 대신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


애니카의 성공 이후 경쟁업체들은 보험 브랜드를 쏟아내며 뒤를 쫓아왔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등장으로 가격인하 경쟁이 확산된 데다 유가 급등이 겹치면서 성장하던 자동차보험 시장에는 제동이 걸렸다. 자동차보험 시장의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삼성화재 애니카가 꺼내든 카드는 고급화 전략이었다. 가격인하 경쟁에 동참하기보다는 보상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은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보험 혜택을 거의 누릴 수 없다. 1년에 수십만 원씩 보험료를 내면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무사고 가입자들로선 ‘보험료가 아깝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애니카는 무사고 고객들이 평상시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예방진단 서비스와 구입에서 폐차까지 차량관리, 무료 차량안전정밀진단, 실내 카클린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삼성화재는 자동차 정비업체 네트워크인 ‘애니카랜드’를 전국에 650여 개 세웠다. 최근에는 차량 점검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 운전자를 위한 안심정비서비스도 도입했다. ‘애니카 레이디’ 상품에 가입한 여성들은 애니카랜드 직원이 직접 방문해 차량을 넘겨받아 점검한 뒤 다시 고객에게 배송하는 ‘차량진단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믿음을 팔아라

보험은 서비스기간이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에 이르는 상품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신뢰가 없으면 회사가 성장하기 어렵다. 보험 광고 대부분이 가족과 관련된 훈훈한 이야기로 채워지는 이유다. 애니카는 고객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 ‘고객참여경영’과 ‘나눔경영’을 두 축으로 삼고 있다. 고객참여경영은 2005년 6월 업계 최초로 도입한 고객 패널제도가 대표적. 고객이 직접 삼성화재의 현장서비스를 체험하는 제도다. 삼성화재는 이 과정에서 고객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와 개선점을 반영하고 있다.

애니카는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두는 활동은 자동차보험과 관련된 교통안전과 재난방지 관련 사업들이다. 교통사고 유자녀 돕기 사업과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교통사고 방지 안전재킷을 보급하는 사업, 그리고 태풍이나 장마 같은 기상정보를 고객에게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을 기증하는 사업을 벌이는 한편 전국 180여 개 봉사팀으로 구성된 ‘삼성애니카봉사단’을 통해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삼성화재 고객지원팀 황순설 상무는 “초일류 보험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고객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고객서비스나 사회공헌활동 하나하나에서 진정성이 배어나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이번엔 집 보험… ‘애니홈’도 성공할까
집에서 발생하는 사고 보장해주는 선진국형 상품


‘애니카에 이어 애니홈의 시대를 연다.’ 삼성화재는 올해 7월 가정종합보험인 ‘애니홈 종합보험’을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선보이며 새로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가정종합보험은 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종합적으로 보장해 주는 ‘집 보험’ 상품. 혁신적 발상과 차별화 전략으로 자동차보험 시장의 1위를 지켜온 삼성화재가 이제는 국내 미개척 분야인 집 보험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 미개척 시장에 앞서 진출

가정종합보험은 화재, 도난, 폭발과 같은 기존의 전통적 위험은 물론이고 가전제품 수리비용이나 인터넷 해킹에 따른 피해도 보상하는 선진형 보험 상품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됐다. 미국 가정종합보험 시장은 총 74조 원 규모로 가입률이 96%에 이른다. 2조5000억 원 규모로 성장한 일본 집 보험 시장도 가입률이 80%를 넘어선다. 하지만 국내 가정종합보험 시장 규모는 아직 890억 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단순 화재보험 상품만 판매되는 상황이다. 삼성방재연구소 방종민 책임은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사회안전망이나 집 보험에 대한 인식이 낮다”며 “하지만 이제는 화재에 따른 배상 책임이 강화돼 이웃에 끼친 피해를 물어주기 위해서라도 보험에 가입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美 가정보험 시장 74조원
한국은 890억원 규모


올해 5월 개정된 실화법은 합선이나 가스 불처럼 가벼운 과실로 자신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웃집에 손해를 입힐 때도 배상해 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은 기존의 화재보험을 업그레이드한 집 보험에 눈독을 들여왔다”며 “이 시장을 먼저 치고 나간 게 삼성화재”라고 말했다.

○ 브랜드 통일하고 가격도 낮춰

삼성화재 시장개발팀 도학용 책임은 “국내 전체 가구의 20%만 가입해도 집 보험 시장은 2000억 원 규모로 커진다”며 “자동차보험과 질병보험 시장에 이어 블루오션으로 남아 있는 가정종합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애니홈’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우선 ‘가벼운 과실로 인한 실화배상책임’을 최고 5억 원까지 보상한다. 또 인터넷 해킹으로 인한 예금인출 손해는 물론이고 현관 자물쇠 수리비용, 배관 누수 피해, 가전제품 고장수리 비용까지 지원한다. 해충방제 기업인 세스코와 제휴해 바퀴벌레, 개미 등을 제거하는 해충방제 서비스를 10% 할인해 주는 것도 특징이다.

만일에 일어날 ‘큰일’을 기본적으로 보장하되 생활 속에서 일어나기 쉬운 자잘한 리스크를 꼼꼼히 챙겨 준다는 게 고객들의 평가다. 소비자가 집 보험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자동차보험 브랜드인 ‘애니카’와 브랜드 이름을 통일한 것도 주효했다. 삼성화재 측은 “소멸성 보험으로 설계해 보험료를 월 1만∼3만 원 안팎으로 낮춰 보험료 부담 때문에 가입을 망설이던 고객을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애니홈은 7월 선보인 뒤 5개월도 채 되지 않아 3만4000건이 판매됐으며 현재까지 11억3300만 원의 보험료를 거둬들였다. 삼성화재의 순조로운 출발에 힘입어 다른 손보사들도 잇달아 집 보험을 내놓고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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