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장을 움직이는가]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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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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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빅3 오르고도 ‘배고픈’ 사장님
회사 설립해 죽을각오로 뛰어
해마다 100% 가까운 성장세
딜러 네트워크-정비서비스 강화
티구안-CC 제대로 팔아보겠다

폴크스바겐의 럭셔리 세단 ‘페이톤’의 내부를 찍은 대형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박 사장은 “폴크스바겐이 내년이나 후년에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할 것이며,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폭스바겐코리아
폴크스바겐의 럭셔리 세단 ‘페이톤’의 내부를 찍은 대형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박 사장은 “폴크스바겐이 내년이나 후년에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할 것이며,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폭스바겐코리아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출범을 준비할 때 1년이 걸렸어요.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낮게 보는 독일 본사를 설득하고 설득하다가 안 된다고 해서 집에 간 적도 있고….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이 회사는 내가 죽어도 성공시킨다’는 결심으로 시작했습니다.”

1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57)은 가장 힘들었던 때가 “회사를 세우기 전 1년간”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때의 독한 결심 때문이었을까. 폭스바겐코리아는 2005년부터 매년 100% 가까이 성장하며 국내 수입차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올해 상반기(1∼6월)에는 경기침체로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들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는 동안 3706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을 52%나 늘렸다.

○ “내년이나 후년에는 업계 1위”

이야기를 할 때 박 사장의 답변 스타일은 명쾌하다. ‘원인이 이것이므로 이런 결과가 나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이다’는 핵심을 꼬집어 말한다. 생각 자체를 논리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폴크스바겐 브랜드의 인지도는 유럽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거꾸로 보면 그만큼 한국에서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얘기였죠.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는 폴크스바겐 브랜드의 인지도가 세계 평균 근처로 올라가기만 해도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비교적 후발주자이면서도 올해 상반기 성적으로 업계 ‘빅3’에 오른 배경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는 국내에서 폴크스바겐의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지만 응당 얻어야 할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고 본다. “2010년이나 2011년에는 수입차 시장에서 폴크스바겐이 1위를 할 겁니다. 전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에서도 폴크스바겐이 수입차 1위입니다.”

박 사장에 따르면 수입차 시장의 변화 추이도 폭스바겐코리아 편이다. 현재 시장은 중대형 고급 세단이 중소형차보다 많이 팔리는 ‘항아리형’ 구조에서 점점 소형차가 많이 팔리는 ‘피라미드형’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럭셔리 브랜드보다는 폴크스바겐 같은 양산 브랜드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 올해 과감한 마케팅 적중


당사자는 논리적인 판단으로 내린 결정이라도 일반적인 예상에서 벗어나거나 분위기에 맞지 않으면 승패가 날 때까지 ‘도박’이라거나 ‘파격’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박 사장의 결정도 그런 평가를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올해 상반기 판매와 마케팅을 강화한 것. 경기침체라는 시장 상황에 역행하는 움직임으로 보였으나 치밀한 분석에 따른 일이었다. 일본 수입차 업체들은 환율 때문에, 미국 업체들은 본사의 경영난으로 제대로 마케팅을 벌이지 못할 것이며, 독일 업체 중에서도 중소형 모델이 강한 폴크스바겐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7월부터 물량이 달려 차를 팔지 못할 정도가 됐다. 소형 해치백인 ‘골프’를 국내에 도입해 디젤 모델로 승부를 건 것과 수입차 업체로서 자동차 문화 캠페인을 펼친 것 모두 “한국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해 성공을 거둔 성과다.

1990년대 초 한진건설(현 한진중공업) 근무 시절 처음으로 볼보를 판매할 때의 일화. 모델 체인지를 앞둔 차종에 대해 “200대를 팔 테니 가격을 내려달라”고 본사에 요청했다. 전 모델을 합해 볼보 차량이 국내에서 연간 70대 정도 팔리던 당시의 일이다. 본사에서 오히려 “가격은 낮춰 줄 수 있지만 200대는 무리인 것 같으니 150대만 가져가라”고 만류했다. 협상 끝에 1000만 원가량 값을 낮춘 차는 2주 만에 150대가 다 팔렸고, 덩달아 다른 모델까지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 “고객 눈높이 맞추기가 중요”

‘풀 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모델에 대해서는 유리한 위치에서 가격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좋은 차를 싸게 내놓으면 잘 팔린다’는 상식의 조합이지만 그전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 개방과 동시에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박 사장은 한진건설에서 볼보를 수입한 데 이어 2001년부터는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공식 수입사였던 고진모터임포트에서 부사장을 지냈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 마니아였지만 정작 수입차를 팔면서부터 오히려 차에 대한 관심을 억누르고 있다고. “너무 애정이 깊으면 고객 눈높이에서 생각할 수가 없게 되더라”는 설명이다.

내년 계획에 대해 박 사장은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딜러 네트워크와 정비 서비스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내놓은 ‘티구안’과 올해 초 내놓은 ‘CC’를 회복된 경기에서 제대로 팔아보겠다는 욕심도 있다. 박 사장은 “다만 물량 확보와 환율 움직임이 걱정거리”라고 덧붙였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박동훈 사장은

―1952년생 ―중앙고, 인하대 건축공학과 졸업
―1978∼1986년 한진건설 유럽주재원
―1989∼1994년 한진건설 볼보 사업부장
―1994∼1997년 한진건설 기획실장
―2001∼2003년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
―2005년∼폭스바겐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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