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더도 덜도 없이 경영자의 그릇만큼 큰다는 말이 있다. 기업뿐만이 아닐 것이다. 국가도 가정도 조직의 운영이라는 점에서 기업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업이건 국가건 후계자를 정하고 양성하는 데 각별한 정성을 쏟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기업에 요구되는 경영자의 자질도 변화했다. 자본주의 초창기나 산업혁명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은 놀라운 추진력을 발휘했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언급한 대로 야성적 충동을 가진 기업인들이었다. 야성적 충동은 사업의욕을 증진시키는 원동력이었다.
초창기의 기업가들이 전지전능한 영웅형 리더였다면 그 다음 세대의 경영인들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리더십에 관한 수많은 연구자들은 당시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리더십을 제안했다. 직원을 섬기라는 서번트 리더십이 강조되는가 하면 스포츠 코치와 같은 코칭 리더십이 각광을 받은 적도 있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글로벌 경영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 로저 니른버그는 미국 뉴욕에서 유럽을 오가며 활동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그는 회사의 경영자나 리더들을 오케스트라 리허설 현장에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리더십 컨설팅 프로그램인 뮤직 패러다임을 지난 10여 년간 운영했다. 이 책에는 그가 그동안 수백 개 기업의 경영인들과 함께한 노하우가 스며들어 있다.
기업 경영과 오케스트라 지휘는 일견 무관하게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 최선을 다하면서 일치된 하나의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과 유사한 점이 많다.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은 성공하는 조직은 기술적 능력이 뛰어나기보다는 감성적 지능이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오케스트라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지휘자를 중심으로 한 섬세한 조직논리가 작동한다. 오케스트라는 감성적 능력이 성과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기업과 비슷하다.
이 책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하는 것처럼 술술 쉽게 읽힌다. 과학적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 경영을 해온 경영인이 등장해 경험담과 본인의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오케스트라의 리허설 현장을 방문한 그는 ‘오케스트라 경영’을 직접 관찰하면서 경영의 비결을 깨닫는다.
클래식 리더십에서 지휘자는 연주자들에게 지시하고 명령하는 상사가 아니라 연주자들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리더로서의 지휘자는 어느 정도 통제력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하고,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하는 존재다.
반면 ‘단원들의 음악을 듣지 않는 지휘자’ ‘몸을 과장되게 흔들고 지휘봉의 움직임을 크게 해서 위압감을 주는 지휘자’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해서 기계적인 음을 만들어내는 지휘자’ ‘현재에 안주해서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지휘자’ 등은 오케스트라를 망쳐놓는 문제 리더다. 혼자 뭐든지 다하려고 하는 경영자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경영인은 무기력증에 빠져 난관에 봉착한 기업과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책무가 있다. 이 책은 오케스트라를 통해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기업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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