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운송비 50% 늘면 어쩌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철도파업 여파… 출하량 큰폭 줄어 건설피해 우려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5일째 이어지면서 철로운송 의존도가 큰 시멘트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철로 대신 벌크트럭(BCT)으로 급하게 전환하고 있지만 벌크트럭은 운송비가 50% 이상 비싼 데다 가용할 수 있는 벌크트럭 수에도 한계가 있어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시멘트 업계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철도노조의 파업 여파로 최근 충북 단양 생산공장의 시멘트 출하량을 종전보다 74% 가량으로 줄였다. 한일시멘트 측은 “평소 단양 공장에서 하루 기준 2만3000t의 시멘트를 출하하는데 요새는 하루 1만7000t 수준만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도를 이용한 운송분 1만2000t 가운데 6000t만 급히 벌크트럭으로 옮겨 운송하고, 나머지는 운송을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쌍용양회는 철로 대신 벌크트럭을 이용해 시멘트 운송에 나섰지만 운송비 부담이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강원 영월 시멘트 생산공장에서 전국 출하기지까지 철도 운송 비중을 기존의 10분의 1로 줄이고 모두 벌크트럭으로 돌렸다”며 “평소 60%에 이르는 철도 운송 의존도를 줄여 벌크트럭으로 전환하다 보니 물류비가 50% 이상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 등 해상운송이 가능한 곳을 제외한 경기 팔당, 서울 수색 등 수도권 출하기지까지 운송하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시멘트 업계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전국 수요처에 있는 시멘트 저장고에 있던 물량이 모두 소진되기 때문에 건설현장에 시멘트 부족현상도 우려된다는 것. 쌍용양회는 “지방 출하기지의 시멘트 저장고에 남아 있는 시멘트 재고 물량은 최대 3, 4일 정도만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시멘트는 지난달 29일 전국 출하기지 저장고에 있던 시멘트를 모두 소진한 상태다.

시멘트 업계는 부동산 시장 침체 및 건설경기 악화로 2005년부터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양회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시멘트 내수 소비량은 총 3150만 t으로 2008년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양회공업협회 관계자는 “9∼11월은 시멘트 업계로선 한 해 실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업황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철도노조까지 파업을 벌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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