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 투자는 10.2%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전년보다 0.16%포인트 오른 3.4%가 증가해 세계 4위를 나타냈다. 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는 추세다. 기술 혁신은 소비자를 자극해 예전에 없던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낸다. 기업에는 같은 양의 자원을 투입해 더 많은 산출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의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구조조정을 이끌어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많은 이유가 거론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근원적인 부분으로, 장기간 쌓인 미국 내 주요 산업의 생산성 저하를 꼽고 싶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소비국의 행복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일자리가 만성적으로 부족했고 이로 인해 부채 의존형 소비구조의 골이 깊어졌으며 결국 이것이 과도한 금융 부실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생산성 저하는 근로자들의 땀이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만 더딘 기술 진보와 취약한 자본 효율성, 그리고 이에 따른 산업공동화가 더 근원적인 문제였다.
흔히 미국 증시의 중흥기라 일컫는 1990년대에 미국은 생산성 개선을 동반하며 경기 확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쫓을 수가 있었다. 그 당시와 오늘날 미국을 비교해도 그렇고 신흥국이 처한 상황을 보더라도 지금 각국에 절실한 성장동력은 신기술의 상업화와 생산성 개선이라 할 수 있다.
지난주 터진 두바이 금융위기 문제만 하더라도 자원 소모적인 양적 성장 모델이 얼마나 한계가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 부실과 과도한 유동성, 일자리 부족, 에너지 고갈, 환경 문제 등 지구촌의 성장을 가로막는 산적한 과제들은 ‘기술 요소’를 빼고 해답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다.
생산성 중심의 경기는 자원 투입량을 확대하는 성장 방식보다 속도가 더디고 공이 훨씬 많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신기술이 상품에 투영되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전통 기술과 대체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기술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파워 있는 기업이 많고 정보기술(IT) 산업과 전통 산업의 균형 발전이 돋보이며 나아가 그것을 융합할 기술적 유연성까지 갖추고 있다. 따라서 다가올 글로벌 생산성 경쟁 시대에 그 어느 나라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앞으로 증시에서도 기술이라는 무형자산의 가치평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기술에 의한 주가 차별화 움직임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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