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전자 부회장은 “LG전자가 구현하지 못하는 기술도 없는 애플이 더욱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직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객에 대한 생각이 없이 완벽함만 추구하는 것은 혁신의 적(敵)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요새 자주 하는 얘기다. 남 부회장의 ‘혁신론’에는 미국 애플사가 최근 국내에 출시한 휴대전화인 아이폰의 사례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애플을 보면 LG전자가 구현하지 못하는 기술도 없고 기술의 수도 LG전자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도 애플이 더욱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직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고객이 원하는 걸 끊임없이 질문하라
남 부회장은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어도 완벽함만을 추구하고 기술적인 측면에만 집착하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놓치기 쉽다”며 “혁신을 하려면 ‘질문광(狂)’이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언제 어디서든 고객의 처지에서 궁금증을 갖고 사물을 대하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혁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생산력도 반드시 위협이라고 볼 수 없다”며 “LG전자가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반영한 제품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고 마케팅회사로 거듭나면 어느 시장에서든 글로벌 1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제2의 아이폰 탄생시키려면
LG전자는 ‘제2의 아이폰’을 탄생시키기 위해 본부별로 아이디어 혁신활동을 벌이고 있다. 휴대전화사업을 하는 MC사업본부는 ‘5분 품질 개선 아이디어 캠페인’이 한창이다. 안승권 MC사업본부장(사장)이 ‘고객의 처지에서 관심을 갖고 5분만 더 들여다보면 품질을 30% 이상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해 ‘5분 캠페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캠페인에는 3000여 건의 아이디어가 올라왔는데 그중 600여 건은 실제로 반영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예컨대 ‘휴대전화 알람기능에서 알람 간격이 기존에는 3, 5, 10, 15분으로만 돼 있어 불편하다. 이를 사용자가 마음대로 설정하게 하자’, ‘전화번호부에서 한 사람에 대한 그룹 지정은 딱 한 번만 할 수 있어 불편하다. 여러 그룹에 중복해서 등록할 수 있게 하자’ 등이다.
○ 아이디어 공유가 혁신 밑거름 될 것
LG전자 에어컨사업본부는 ‘세일즈 엔지니어(SE)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영업과 엔지니어 기능을 겸비한 세일즈 엔지니어들이 대상이다. 이 포럼은 대학캠퍼스와 주택문화전시관 등 일상적인 업무공간에서 벗어나 열려 새로운 환경에서 영감을 얻게 했다. 포럼의 주제도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법,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했을 때 고객 반응 및 영업 비법, 지열(地熱) 시스템의 구축 효과, 유머 강좌, 스트레스 해소법 등 다양하다.
전사적으로는 사내 아이디어 게시판인 ’아이디어발전소‘도 인기다. 회사 제품에 대한 의견, 신사업, 회사이미지 높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 달 평균 100개의 아이디어가 올라와 현재 총 3700여 개의 아이디어가 등록돼 있다. 각 사업본부의 상품기획팀은 이 아이디어들을 수시로 보고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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