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역사상 가장 길게 끌어온 유럽연합(EU)과 남미 국가들의 ‘바나나 전쟁’이 16년 만에 종결키로 합의됐다. 로이터통신은 3일 “EU는 중남미 국가들에서 수입하는 바나나를 비롯한 파인애플, 사탕수수 등 열대작물에 대한 관세를 대폭 낮추는 합의안에 4일 서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합의안에 따르면 EU가 남미산 바나나에 대한 수입관세를 1t당 176유로(약 30만 원)씩 부과하던 것을 148유로(약 25만 원)로 낮추고, 향후 7년간 단계적으로 114유로(약 20만 원)까지 내리기로 했다. 협상 타결로 남미 국가들은 EU를 상대로 WTO에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바나나 전쟁’은 1993년 EU가 바나나를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가 있던 아프리카·카리브해·태평양지역(ACP지역)에서 주로 수입한다고 결정하고 ACP지역 외에서 생산된 바나나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때문에 남미 국가들과 바나나를 가공·유통하는 미국의 대형 식품업체들의 수출이 난관에 부닥치면서 무역분쟁이 계속됐다. EU는 이번 협상 타결로 커다란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된 ACP지역 국가들의 지역개발과 산업재편 명목으로 1억9000만 유로를 지원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EU와 남미 간 ‘바나나 전쟁’ 타결은 WTO가 농산물,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 무역자유화를 목표로 협상 중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타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한 EU와 남미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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