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은 2006년 5000여 대에 이르던 프린터를 매년 단계적으로 줄였다. 지금 이 은행이 갖고 있는 프린터는 약 1600대다. 동국제강도 700여 대에 이르던 프린터를 400여 대 수준까지 줄였다. 이는 직원들의 동선(動線)을 분석한 뒤 사무실마다 놓여 있던 프린터를 적절한 위치에 한 대만 놓고 불필요한 제품을 줄인 덕분이다.
이렇게 기업의 출력 관련 비용을 줄여주는 새로운 방식의 프린터 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른바 ‘프린팅 솔루션’이다. 마치 공장에서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원가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듯 프린터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비용을 아끼는 서비스다.
○ 출력비용 평균 30% 줄여
프린터의 대수만 줄이는 게 아니다.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직원들의 출력 습관도 살피고 부서별 사용량도 통제한다. 프린팅 솔루션을 이용하면 문서보안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사무용 종이 소비량은 2004년 약 2조6230억 장에서 2009년 2조9070억 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문서출력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IDC는 기업의 문서출력 비용을 매출의 5%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 비용만 아껴도 기업으로선 큰돈을 절약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HP와 캐논,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이 시장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초기에는 프린터를 만들어 파는 데만 주력했지만 지금은 프린팅 솔루션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팔면 자사(自社)의 프린터 판매와 함께 매년 꾸준한 서비스 매출도 생기기 때문이다.
프린팅 솔루션의 또 다른 장점은 기업의 전체 출력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회사 가트너에 따르면 이런 프린팅 솔루션을 도입한 회사는 출력비용을 평균 30% 줄였다.
○ 치열한 경쟁
프린팅 솔루션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자 경제위기로 정체 상태에 있던 프린터 관련 시장에도 새로운 수요가 생겨났다. 비용 절감이 화두가 되면서 IT를 이용한 프린팅 솔루션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프린터 시장은 HP 등 해외업체가 주도했으나 통신기술과 PC 관련 기술을 함께 갖춘 삼성전자가 최근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개인용을 포함한 전체 프린터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사무용 프린터 시장에선 올해 3분기(7∼9월) HP(19.2%)에 이어 16.4%로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프린팅 솔루션은 2일 미국 바이어스랩이 선정하는 ‘올해의 제품’으로도 선정됐다.
한국HP 이미징 프린팅 그룹장 조태원 부사장은 “기업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출력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생긴다”며 “프린팅 솔루션은 비용을 줄이는 것과 함께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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