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원자력 기술을 개발한 지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연구용 원자로 수출 길을 여는 개가를 올렸다. 연구용 원자로 수출은 아르헨티나,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향후 발전용 원자로(상용 원전)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4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요르단의 연구용 원자로 건설을 위한 국제 경쟁 입찰에서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입찰 참가국 중 종합평가에서 1위를 한 만큼 계약 협상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다고 교과부측은 설명했다. 계약 규모는 약 2000억 원이다.
이로써 1959년 미국에서 연구용 원자로 1호기를 도입해 자력으로 원자력 기술개발에 나선지 50년 만에 원자력 수출국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원자력 50년 역사에 첫 쾌거이자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에서 아르헨티나 러시아에 이어 3대 수출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연구용 원자로는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이용해 기초 연구를 하는 원자로다. 핵분열 과정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용 원자로보다 발전 규모가 작아 상용 원전을 짓기 전 시험 모델로 쓰기도 한다.
요르단 최초의 원자로 건설이 될 이번 사업은 요르단이 원자력 발전 도입을 앞두고 인프라 구축을 위해 추진 중인 연구 및 교육용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다. 우리가 수출하는 원자로는 5MW급으로 2014년까지 요르단과학기술대 안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용 원자로 수출로 상용 원전의 수출 가능성도 한층 밝아졌다. 교과부 강영철 원자력국장은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석유 고갈에 대비해 상용 원전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로가 전혀 없는 요르단은 앞으로 상용 원전 4기를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0MW급 상용 원전 한 기는 인구 100만 명 규모의 도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원전 한 기를 수출해 생기는 경제적 이익은 약 6조 원에 이른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하재주 원자력기초과학연구본부장은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함으로써 한국이 상용 원전 건설에도 유리한 자격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대우건설도 상용 원전 건설 수출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우건설 서종욱 대표는 "연구용 원자로나 상용 원전은 '블루 오션'으로 불리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현재 1000MW급 원전인 신월성 1, 2호기를 직접 건설하고 있는 만큼 축적된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대우건설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이 원전 건설과 운용 경험을 축적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기자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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