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개인과 회사를 모두 살리는 평가의 기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 개인과 회사를 모두 살리는 인사평가의 기술
첫인상-情-망각은 상사를 눈멀게 해
성과 평가와 관련한 공정성 논란 일으켜
평가자-피평가자 ‘대화’로 불만 없애야

일본 후지쓰는 1990년대 초 개인 성과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이 회사 경영진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엄격한 성과주의와 개인별 보상 차등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준비한 성과주의 실험은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조직원들 간 팀워크는 무너졌고, 협업이 중요한 부서에서 불필요한 경쟁이 난무했다.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인사컨설팅사인 머서코리아의 박형철 공동대표는 “후지쓰의 문제는 성과주의 자체보다는 성과주의 목적과 필요성을 조직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무리하게 제도를 도입해 보상과 연계시킨 도입 과정의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6호(12월1호)는 올바른 성과평가제도의 구축 방법론을 소개하는 스페셜리포트를 게재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불신을 키우는 평가에 대한 오해

머서가 2008년 세계 주요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과관리제도 운영실태 조사 결과 미국 기업 경영진의 71%는 개인 성과평가제도의 목적을 ‘직원 개개인에 대한 업적과 역량 피드백 및 개발 방향 제시’라고 응답했다. 반면 아시아 기업의 경영진은 67%가 ‘성과급 배분이나 연봉 인상률에 반영하기 위해’라고 답해 미국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그만큼 성과평가제도에 대한 인식 차가 크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성과 평가는 자신이 어떤 역량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개발해야 본인과 조직의 성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도구”라며 “성과평가제도로 잡음이 발생한 조직은 제도의 목적과 취지부터 잘못 이해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개인 성과평가의 주체이자 최대의 수혜자는 피평가자 자신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평가제도로 인해 오히려 조직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많은 조직에서 성과평가제도와 관련한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한다. 평가에 대한 불만은 크게 평가 지표와 항목, 평가 운영 절차, 평가 결과에 따른 보상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무엇이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직원들을 설득하고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평가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고 해서 무작정 지표부터 고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한 금융회사는 평가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평가 항목과 지표, 시기, 대상, 결과 등급화 등 다양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그런데도 불만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세 가지 유형을 나눠서 조사를 해보니 평가 지표와 절차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는 평가 운영 절차에 있었다. 결국 이 회사는 평가자 교육을 강화하고 피평가자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제도를 보완해 불만을 없앴다.

○ “잭 웰치와 이멀트의 GE는 평가부터 달랐다”

서울대 경영대 이경묵 교수는 한국 기업 인사시스템의 문제로 △단기성과 중심의 평가에 따른 장기 성장 동력 훼손 △상대평가로 인한 구성원 간 과도한 경쟁 △평가 결과의 교육 훈련 활용 저조 등을 꼽았다. 특히 이 교수는 회사의 비전, 성장 전략, 문화가 인사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성과조직을 만들려면 이 부분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1993년부터 추진한 신경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전략이 지향했던 시장 선도자 전략, 사업 구조 고도화 등과 맞는 성과 중심의 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리 이멀트도 취임 이후 고(高)성장 시대의 산물인 잭 웰치 전 회장의 전략과 인재상부터 바꿨다. 저성장 시대에 맞게 ‘성장리더(Growth leader)’라는 새로운 인재상을 세우고 평가시스템도 대폭 손질했다.

이 교수는 “많은 기업이 그럴듯한 비전과 핵심 가치를 설정했지만 임직원 평가 시 핵심 가치 실현 여부를 반영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회사가 핵심가치를 실천한 직원들에게 보상해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전략 실행은 매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 인식의 오류가 상사를 눈멀게 한다

인사 고과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은 대부분 자신을 평가한 ‘상사’에게 쏠린다. 이 때문에 평가자 교육이 필수다. 특히 사람이라면 누구나 빠질 수 있는 평가의 오류에 주의해야 한다.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평가자들이 주의해야 할 평가 오류로 ‘첫인상의 함정’을 꼽았다. 처음이라는 상징적인 정보가 사람의 뇌를 자극해 더 기억하기 쉽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최근 성과를 더 잘 기억한다. 시즌 초반 초라한 성적을 보이던 프로야구 선수가 연봉 협상을 앞둔 시즌 막바지에 분발하는 경향도 상사의 오류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처럼 ‘정(情)’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실제 성과나 능력보다 부하 직원을 더 좋게 평가하는 ‘관대화 경향’도 흔하게 나타난다. 이 밖에 누군가에게 좋은 인상을 받으면 모든 게 좋아 보이는 ‘후광효과’, 자신과 비슷한 직원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유사성 오류’, 단 하나의 실수로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부정성의 효과’ 등이 평가자가 주의해야 할 오류다.

조 책임연구원은 “평가자들은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평가 요소별로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며 평가할 때는 오류에 빠지지 않았는지 되새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6호(2009년 1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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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지식 창조하는 조직 만들려면…
암 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의 의미를 과소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암묵적 지식이 명시적 지식보다 가치 있을 때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개별 기업의 상황과 목적에 따라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의 중요성은 언제든 변한다. 아직 세계 일류 기업의 반열에 오르지 않은 기업이라면 명시적 지식을 우선 받아들여 기초부터 다진 후 자신만의 암묵적 지식을 개발해야 한다. 암묵적 지식을 잘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명시적 지식부터 잘 습득해야 한다.

▼Harvard Business Review/리더여, 부동산 경영에 눈떠라
부동산은 기업의 회계 장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덩치가 큰 자산이다. 그런데도 많은 경영자들은 부동산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회사가 보유한 여러 부동산을 따로따로 떼어 생각하지 말고,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바라보고,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숫자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부동산 서비스 공급업체와 협력하는 일도 필수다.

▼Deloitte Review/중국, 여전히 세계 제조업의 별인가?
저렴한 생산비라는 중국의 경쟁 우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제조업체들은 자신이 비용 절감형, 시장 구축형, 인재 탐색형 중 어떤 기업에 속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비용 절감이 중요한 기업이라면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동남부 해안지대가 아니라 중국 내륙지방이나 베트남 등으로 가야 한다. 반면 급증하는 중국의 중산층과 날로 높아지는 교육 수준 때문에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려는 시장 구축형 기업, 중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려는 인재 탐색형 기업은 중국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

▼Future Wave/대장균으로 석유를 만든다
‘꿈의 화학 공장’으로 불리는 대장균이 바이오산업의 총아로 부상하고 있다. 조만간 대장균을 이용해 석유를 대체할 연료나 타이어 재료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가 조합된 대장균은 대사 과정을 거쳐 포도당을 사람이 원하는 화합물로 바꾼다. 대장균이 만들어내는 탄화수소는 석유와 거의 같은 분자 구조를 갖춰 기존 차량과 시설에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벤젠과 유황 등 환경오염 물질도 없어 각광받고 있다. 또 대장균은 불과 20∼25분 만에 새로운 세대를 생성하므로 연구자들이 4만 세대의 진화 과정도 손쉽게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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