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럭셔리 생명은 배타성… 他브랜드 비교 불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 ‘브랜드 매니지먼트’ 석학 카페레 교수 인터뷰
“대중 브랜드 광고는 판매 위한 것이지만
럭셔리 광고는 ‘소유하고픈 욕망’ 재창조
소수에게만 접근 허용해야 독보적 브랜드”

장 노엘 카페레 교수는 “럭셔리 브랜드란 사회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고위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라며 “럭셔리 마케팅의 핵심은 소수의 고위층에만 접근을 허용하는 ‘배타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훈석 기자
장 노엘 카페레 교수는 “럭셔리 브랜드란 사회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고위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라며 “럭셔리 마케팅의 핵심은 소수의 고위층에만 접근을 허용하는 ‘배타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훈석 기자
“당신이 꿈꾸는 것.”

브랜드 매니지먼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 노엘 카페레 교수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인터뷰에서 명품을 이같이 정의했다. 그는 “럭셔리 마케팅의 핵심은 제품 기획에서 생산, 유통, 커뮤니케이션에 이르는 가치사슬(value chain)의 전 과정을 까다롭게 통제하는 것”이라며 “특히 판매량을 늘리려 하기보다는 소수의 고위층에게만 접근을 허용하는 ‘배타성(exclusiveness)’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BR은 ‘서울 럭셔리 비즈니스 인스티튜트(SLBI)’에서 열리는 강연을 위해 방한한 카페레 교수와 인터뷰를 갖고 명품의 개념과 명품화 전략 추진 방안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 전문은 DBR 46호(12월 1일자)에 실려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럭셔리(명품)의 정확한 정의가 뭔가.

“사람마다 럭셔리를 각각 다르게 정의한다. 즉, 럭셔리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인도인들에게 럭셔리가 뭐냐고 물으면 절반 정도는 ‘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한마디로 ‘당신이 꿈꾸는 것’을 럭셔리라고 볼 수 있다.”

―럭셔리 마케팅의 필수 요소는 무엇인가.

“럭셔리는 수직적인 지위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럭셔리 브랜드란 ‘사회에서 선망 받는 고위층으로부터 선망 받는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고위층으로부터 선망 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그들이 원하는 품질, 눈높이, 교육 수준, 예술성, 지불 가능한 가격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서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반면 대중 브랜드는 사회적 서열의 맨 아랫부분에 자리해,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 럭셔리는 반드시 배타성을 지녀야 한다. 브랜드의 문을 조금만 열어 소수집단에게만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 그 때문에 럭셔리 브랜드는 적당한 수익을 얻을 만큼만 성장을 추구해야지 매출을 더 많이 올리고 싶은 욕심에 너무 많은 사람에게 접근을 허용하면 정체성이 무너진다. 가격뿐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 역사, 장인정신, 배타적 유통망 등으로 배타성을 구축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럭셔리 브랜드는 스스로를 다른 브랜드와 절대 비교하지 않는다. 럭셔리는 타 제품보다품질이 좋다고 만들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롤렉스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스스로를 다른 브랜드와 비교한 적이 없다. 몽블랑은 절대 ‘내가 더 낫다(I am better)’라고 비교급으로 말하지 않는다. 럭셔리는 그 자체만으로 독보적이고 사람들로부터 선망받을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대중 브랜드의 광고는 ‘판매’를 위한 것이다. 반면 럭셔리 브랜드의 광고는 판매를 위한 게 아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은 소비자가 럭셔리 제품을 구입한 순간 사라져버리는 ‘소유하고픈 욕망’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의 평범한 직장인들도 루이뷔통 가방을 산다. 럭셔리 마케팅 담당자들이 럭셔리의 대중화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배타적으로 제외시키는 것을 싫어한다. 디스코텍에 못 들어가게 막으면 기분이 나쁘면서도 더욱 디스코텍에 들어가고 싶어진다. 이게 바로 그다지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루이뷔통 가방을 사는 이유다. 폐쇄적일수록 독보적인 브랜드가 된다. 물론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서 루이뷔통 가방을 사려는 사람들을 제지할 수는 없다. 단, 그들이 그 제품을 구매하기까지 ‘노력’하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이 럭셔리 제품을 구매하려는 노력이 그 브랜드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와 다른 업종 간의 협업이 활발하다. 명품 회사와 휴대전화 회사가 만든 럭셔리폰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협업을 어떻게 생각하나.

“럭셔리 브랜드와 비(非)럭셔리 브랜드가 협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배타성과 비배타성(non-exclusiveness)은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럭셔리 브랜드 회사들은 휴대전화 제조 기술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당연히 휴대전화 회사와 제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순히 디자인을 고급화하고 자사의 로고를 새긴다고 해서 럭셔리가 될 순 없다. 예를 들어 아르마니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겉모습뿐 아니라 아르마니의 예술과 문화 등이다. 럭셔리 브랜드에 걸맞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라는 정체성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가격을 올려 럭셔리 브랜드를 흉내 내는 사례도 있다.

“럭셔리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지, 가격이 럭셔리를 결정하진 않는다. 창업한 지 5년 정도 된 한 시계회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시계 가격을 25만 달러로 책정했다. 시계 자체는 가볍고 견고해서 제법 괜찮지만 나는 이 브랜드의 미래가 의심스럽다. 비싼 시계를 사는 부유층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그토록 높은 가격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반드시 따져본다.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은 브랜드가 가격만 높인다고 럭셔리 반열에 들어갈 순 없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 장 노엘 카페레 교수는?
브랜드 매니지먼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프랑스 명문 경영대학원인 HEC파리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HEC파리 교수로 마케팅 전략을 가르치고 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박진영 인턴연구원(22·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이 참여했습니다.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6호(2009년 1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지식 창조하는 조직 만들려면…
암 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의 의미를 과소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암묵적 지식이 명시적 지식보다 가치 있을 때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개별 기업의 상황과 목적에 따라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의 중요성은 언제든 변한다. 아직 세계 일류 기업의 반열에 오르지 않은 기업이라면 명시적 지식을 우선 받아들여 기초부터 다진 후 자신만의 암묵적 지식을 개발해야 한다. 암묵적 지식을 잘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명시적 지식부터 잘 습득해야 한다.

▼Harvard Business Review/리더여, 부동산 경영에 눈떠라
부동산은 기업의 회계 장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덩치가 큰 자산이다. 그런데도 많은 경영자들은 부동산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회사가 보유한 여러 부동산을 따로따로 떼어 생각하지 말고,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바라보고,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숫자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부동산 서비스 공급업체와 협력하는 일도 필수다.

▼Deloitte Review/중국, 여전히 세계 제조업의 별인가?
저렴한 생산비라는 중국의 경쟁 우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제조업체들은 자신이 비용 절감형, 시장 구축형, 인재 탐색형 중 어떤 기업에 속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비용 절감이 중요한 기업이라면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동남부 해안지대가 아니라 중국 내륙지방이나 베트남 등으로 가야 한다. 반면 급증하는 중국의 중산층과 날로 높아지는 교육 수준 때문에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려는 시장 구축형 기업, 중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려는 인재 탐색형 기업은 중국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

▼Future Wave/대장균으로 석유를 만든다
‘꿈의 화학 공장’으로 불리는 대장균이 바이오산업의 총아로 부상하고 있다. 조만간 대장균을 이용해 석유를 대체할 연료나 타이어 재료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가 조합된 대장균은 대사 과정을 거쳐 포도당을 사람이 원하는 화합물로 바꾼다. 대장균이 만들어내는 탄화수소는 석유와 거의 같은 분자 구조를 갖춰 기존 차량과 시설에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벤젠과 유황 등 환경오염 물질도 없어 각광받고 있다. 또 대장균은 불과 20∼25분 만에 새로운 세대를 생성하므로 연구자들이 4만 세대의 진화 과정도 손쉽게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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