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음식인 한식(韓食)을 세계적 음식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올봄에 ‘한식 세계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도 여러 국제회의에서 한식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설 정도다.
해외에서 한식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지만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국내 특급 호텔에서 한식당을 찾아보기 힘들고 해외 한식당도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음식 세계화의 성공 사례인 일본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요즘 우리 고유의 술인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한식 세계화의 성공 가능성을 비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국 최초의 브랜드로 112년의 전통을 가진 활명수 이야기는 한식 세계화와 관련해 시사하는 점이 있다. 활명수는 원래 궁중의 비방에서 유래됐다. 요즘으로 치면 대통령경호실 간부였던 선전관 민병호가 궁중을 드나들며 전의(典醫·조선 후기 궁내부 태의원에 속한 왕실 의료 주임관)들과 교류하면서 궁중 비방을 습득했다. 여기에다 20년 전쯤 들어오기 시작한 서양 의학 지식, 즉 양약의 편리함을 합쳐 만들어 낸 것이다.
활명수는 달여 먹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과 신속한 효력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왕정국가에서 궁중 비방으로 만든 약이 시중에 나와 판매된다는 점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점도 있었다. 임금을 지근에서 모시는 선전관을 지낸 인물이 만든 제품이다 보니 소비자들의 관심과 신뢰가 대단했을 것이다.
활명수라는 브랜드도 인기를 끄는 데 한몫했다. 부르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은 소비자들에게 감성적으로 와 닿았을 것이다. 한자 이름이기 때문에 한자문화권에 그대로 통용될 수 있었고 실제로 초창기부터 북간도와 만주국에 같은 이름으로 수출되었다. 오늘날에도 해외로 수출되고 있으나 주로 교포들이 사는 지역에 국한돼 있다. 영어문화권으로 수출되기 어려운 것은 브랜드 이름의 약점이기도 하다.
창업자 민병호는 선전관 직을 사임하고 훗날 사장이 된 장남 민강과 함께 제품 개발에 힘을 쏟는다. 활명수 외에도 여러 종류의 환약과 고약을 개발해 1908년에는 당시 약방 중 가장 많은 98종의 약품을 생산했다고 한다. 동화약방의 부채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등록된 상표로 당시로선 선구적인 일이었다.
나날이 발전하던 동화약방에도 시련이 찾아왔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민강 사장은 기업의 영리추구보다 독립운동과 교육사업 등에 더 관심이 많았다. 초창기에 활발했던 제품 광고를 경쟁회사에 비해 크게 줄였다. 1919년 3·1운동 이후에는 민강 사장이 일본경찰에 체포돼 복역함에 따라 사세가 위축되어 광고가 더욱 줄었다. 그 뒤 동화약방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된다.
위기에 빠진 동화약방을 인수한 이는 민족기업인 윤창식이다. 그는 항일민족주의 조직인 신간회에서 이상재 조만식과 함께 일하고 광복 후에는 이승만 김구 등이 조직한 대한독립촉성국민회에서 중앙상무위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활명수의 역사에는 대한제국 말 이후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의 역사가 녹아 있다. 저자는 활명수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경영인과 직장인들이 새겨들을 만한 경영노하우를 정리해 놓았다. 한국 경제사의 한 단면과 함께 경영지식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박영균 기자 parkyk@donga.com
김대리 ‘녹색전략’으로 회사를 구하다 Green is money 유복환 지음 292쪽·1만2000원·위즈덤하우스
김 대리가 다니는 ‘블루마트’는 낮은 가격을 앞세운 세계적 유통업체 ‘월드마트’의 공세로 어려움에 처한다. 블루마트는 ‘회사 구하기’ 팀을 만들었다. 김 대리는 이 팀에 발탁됐다. 회의에서 사람들은 가격 경쟁으로 월드마트에 맞서자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리는 ‘가격’보다 남다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며 ‘환경’을 화두로 내밀었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고려해야 하며 환경경영에 앞장선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책은 소설 형식으로 환경 이슈를 다뤘다. 김 대리의 이야기를 좇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코펜하겐 회의, 푸드 마일리지, 탄소배출권, 신재생에너지 등 환경 이슈를 익힐 수 있다.
경기변동 따라 급변하는 ‘롤러코스터 심리’ 호황의 경제학 불황의 경제학 군터 뒤크 지음·안성철 옮김 368쪽·1만3000원·비즈니스맵
독일 IBM의 기술이사인 저자는 경기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심리에 주목한다.
저자는 경기에 따라 달라지는 대중의 심리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으며 호황기와 불황기에 해야 할 노력을 역설한다. 호황 때는 절제의 미덕이, 불황기에는 스트레스 조절과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중용의 미덕’을 강조한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먹고사는 데 꼭 필요한 만큼의 들소만 사냥함으로써 적당한 들소 개체수를 유지했고,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지속적 개선을 추구해 낭비를 제거하면서 불황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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