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네탓”만 하는 대한민국 관광행정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방 4개만 판 ‘그랜드 세일’
서울시는 판만 벌여놓고
관광공사는 발뺌 급급

내·외국인 관광을 유도하기 위해 문화, 쇼핑, 호텔 등 분야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서울 그랜드 세일’ 행사가 9월 26일∼11월 25일 두 달간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 행사 가운데 서울의 특급호텔 5개가 참여한 ‘호텔 패키지 할인 판매’는 겨우 방 4개를 팔고 끝났습니다.

▶본보 4일자 A12면 참조
공연 등 연계 ‘호텔 패키지’ 한 달간 겨우 4개 팔았다

‘서울 그랜드 세일’은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관광마케팅주식회사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서울시관광협회 등이 후원했습니다. 이 행사는 해외홍보도 중요하기 때문에 해외에 ‘대한민국 관광’을 알리는 업무를 맡고 있는 관광공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공사 관계자는 “관광 해외홍보 능력이 있는 기관은 한국관광공사밖에 없다”며 “(이 행사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호텔 관계자들도 “관광공사에 패키지 상품에 대해 설명해 줬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막상 ‘형편없는 결과’가 보도되자 관광공사는 발뺌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관광공사는 홈페이지에 이름만 올라 있을 뿐 처음부터 이 행사에 관여하지 않았고 예산도 없으며, 관련 부서도 없다”고 딱 잡아뗐습니다. 며칠 전 다른 직원이나 호텔 관계자들의 말과는 상반되는 얘기입니다.

이번 결과는 서울시 등의 ‘보여 주기식, 생색내기 행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관광공사의 태도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보입니다. 바로 공공기관들의 ‘떠넘기기 행정’입니다. ‘서울 그랜드 세일’은 사실상 서울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입니다. 해외홍보에 전문성을 가진 관광공사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공사 관계자는 심지어 “우리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일(서울 그랜드 세일)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행사를 주최한 서울시입니다. 보란 듯 ‘판’만 벌여 놨을 뿐 공공기관끼리 협력도 이끌어 내지 못한 것이죠.

관광공사는 외국인(귀화 한국인)인 이참 사장 부임을 계기로 신선한 아이디어로 관광 분야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관광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관광공사의 향후 활동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를 거울삼아 앞으로 내실 있는 ‘관광 코리아’ 행사를 기획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합니다.
김기용 산업부 기자 k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