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국제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했던 두바이 사태는 빠르게 수습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증시가 사태 직전의 수준을 넘어섰고, 리보 금리와 이머징 마켓의 신용스프레드 등도 큰 변화가 없다. 두바이 사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두바이가 품고 있던 잠재 부실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직전 이 회사의 부채는 6130억 달러였다. 두바이의 부채 593억 달러는 이에 비하면 큰 금액이 아니다.
물론 두바이 사태는 향후 언제라도 각종 신용위험들이 돌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부 국가의 정부 부채 문제와 구미권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 문제도 잠재돼 있는 리스크다. 다만 앞으로 예상되는 신용위험들의 파괴력은 지난 2년간 경험했던 사건들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글로벌 경제는 여전히 지뢰밭을 지나야 하지만 앞으로 남아있는 지뢰의 살상력은 모기지 부실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조금 걱정스럽다. 올해 극적인 V자형 경기회복에 성공한 중국 경제를 걱정한다는 것이 조금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심각한 신용위험이 대두된다면 그 진원지는 중국이 될 개연성이 다분하다고 본다. 물론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 이슈가 되겠지만 말이다.
올해 10월까지 중국의 유형자산투자는 전년 대비 33.1% 증가했다. 또한 소매판매도 전년 대비 15.3% 늘어났다. 투자와 소비를 할 수 있는 재원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돈이 있어야 투자도 하고 소비도 할 수 있는데 과거 중국은 수출로 돈을 버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올해 수출은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수출이 급감했는데 투자와 소비는 호조세를 유지했다면 이는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결국 정부 주도의 유동성 폭증이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했다. 중국의 신규 대출은 올 10월까지 8조9000억 위안에 이르렀다. 지난해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0조 위안이었다. GDP의 3분의 1가량이 신규 대출로 풀린 것이다. 실물 경제 규모 대비 통화량의 비율(M2/GDP)도 올해 말 200%를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는 늘 ‘과잉’에서 잉태된다. 두바이 문제 역시 2007년까지의 경기 호황 국면에서 행했던 과잉투자의 그림자였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은 엄청난 과잉을 조장하면서 달성됐다고 본다.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화두가 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오히려 ‘레버리징’ 전략을 취했다. 올해 유동성이 집중된 곳은 중국이었다. 위안화 절상을 노린 국제 핫머니도 중국으로 적지 않게 유입됐을 것이다.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 과잉 유동성이 어떤 식으로 처리될지 눈여겨볼 일이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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