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위미노믹스(Womenomics)’ 바람이 거세다. 위미노믹스는 여성을 뜻하는 우먼(Woman)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성한 신조어. 여성의 경제적 파워가 크게 높아진 것을 일컫는 말이다. 2000년대 들어 쇼핑, 외식 분야에서 불기 시작한 여심(女心) 잡기 바람은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은행과 보험업계는 최근 여성 전용 상품들을 쏟아내며 여성고객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 은행, 연령·직업별 여성 전용 상품 봇물
은행들은 연령·직업별로 특화된 맞춤형 여성 전용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여성이 돈을 빌리면 이자를 돌려주는가 하면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대출 한도를 늘려주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 여성 전용 복합금융상품 ‘체리통장’을 출시했다. 체리통장은 신규가입한 뒤 3개월 동안 인출 수수료와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모바일뱅킹의 타행이체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3개월 이후에도 체리적금에 가입하거나 체리카드를 사용하면 실적에 따라 계속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체리적금은 최고 연 3.8%의 금리를 주며 주택청약종합저축을 갖고 있을 경우 0.1%포인트, 두 자녀 이상을 둔 경우엔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체리적금 가입자에게는 전화 영어교육 할인 서비스가 제공되며 조건에 따라 여성 관련 암 보험이나 펜션 이용 서비스 중 하나를 택해 이용할 수 있다.
또 직장여성을 위한 체리 직장인 우대신용대출과 결혼을 준비 중인 여성을 위한 체리 해피 커플론, 자녀교육을 위한 체리 유학자금대출, 가정주부를 위한 체리 가계통장대출 등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다양한 대출 상품도 판매한다.
외환은행 역시 지난달부터 여성 전용 대출 상품인 ‘여성파트너론’을 판매하고 있다. 대출대상은 만 20세 이상 60세 이하 여성고객으로 외환은행이 선정한 우량 기업체, 정부투자기관, 금융기관 등의 임직원과 공무원, 교사 또는 전문직 자격증을 소지한 현직에 재직 중인 직장인이다. 마이너스통장이 아닌 일시 대출을 받으면 연간 1개월분에 해당하는 대출이자를 현금으로 환급해 주는 점이 특징이다. 신한은행도 공과금 이체, 적금 이체 등 실적에 따라 수수료 면제와 쇼핑 및 여행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민트레이디통장’을 판매 중이다.
○ 여성 전용 자동차보험도 선보여
보험업계 역시 여심 잡기에 한창이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여성 전용 자동차보험 ‘애니카레이디’를 선보였다. 사고가 나면 현장에 나간 직원이 사고 처리를 대행해 주고 경찰서까지 동행해 불안감을 덜어 주는 것이 이 상품의 특징이다. 여성 혼자서 하기 힘든 사고 처리를 돕는 것은 물론 사고 후 정서적인 안정을 찾도록 지원해 주는 것. 또 차량점검에 익숙지 않은 여성운전자를 위해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차량을 픽업해 진단을 마친 뒤 다시 고객에게 돌려주는 ‘차량진단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도 해준다.
제일화재는 최근 30대 여성고객을 대상으로 부인과질병과 피부질환 등을 보장하는 ‘미(美)사랑 레이디 건강보험’을 내놨다. 이 상품은 여성 3대 암(유방 자궁 난소암) 발생 시 진단비로 최고 2000만 원을 지급하고 부인과질병으로 입원했을 경우 31일, 121일, 181일째에 각각 최고 100만 원을 제공하는 특약을 갖추고 있다. 동부화재 역시 미혼여성이 상해를 입었을 때 상해흉터성형수술비를 제공하고 기혼여성이 유산을 했을 경우 위로금을 주며 자궁외임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프로미 라이프 우먼스토리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상품 가입 시 여성고객들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아예 남편이나 자녀 대신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여성 전용 상품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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