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中 선전이 본보기 금융위기도 도약 기회로”
‘붉은 여왕 가설’ 경영 접목한 바넷 美스탠퍼드대 교수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려면 자리 경쟁을 해야 한다.” “힘든 강의를 들으면 점수는 잘 안 나올 수 있지만 많이 배운다.” “경쟁이 싫으면 동네 축구를 하지 왜 월드컵에서 뛰나?”
그의 말은 전부 ‘경쟁’으로 귀결됐다. ‘붉은 여왕(Red Queen) 가설’로 유명한 윌리엄 바넷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다. 바넷 교수는 “기업은 경쟁을 무작정 피하려 하지 말고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9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지식경제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공동 주최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콘퍼런스’에 참석한 바넷 교수를 만났다.
바넷 교수는 “요즘 애플 아이폰과 도요타 캠리가 한국을 ‘침공’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한국 기업들은 이들 제품의 한국 상륙을 오히려 반가워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경쟁 때문이다.
“아이폰과 캠리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한국 기업에 새로운 경쟁 상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좋은 경쟁 상대를 만나 발전할 여지가 생겼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상 한국 제품들은 이미 해외에서 이런 제품들과 싸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도 합니다.”
바넷 교수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한때 뒤처진 경영전략을 펼치는 등 쇠퇴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지만 끊임없이 경쟁이 있는 시장을 찾아 도전했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좋은 예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가 미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는 품질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노력 끝에 이제는 품질이 좋은 차 가운데 하나가 됐어요. 현대차가 지난 20여 년 동안 걸어온 길이 바로 경쟁을 통한 단련의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차의 중국 진출에서도 배울 것이 많다고 바넷 교수는 설명했다. 리스크가 매우 높은 중국시장을 파고들어 선전(善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수업에서 중국 관련 케이스 스터디는 현대차의 중국 진출이라고 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는 경쟁을 피하는 쪽으로 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바넷 교수의 설명이다.
바넷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재앙이 아니라 경쟁을 촉진하는 ‘촉매’로 보는 기업이 위기 이후에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 계약에 성공했을 때보다 실패했을 때 더 많이 배우기 때문에 금융위기도 기업이 변화할 수 있는 기회로 봐야 한다는 말이다.
바넷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좋지만 1년 실적을 가지고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며 “얼마나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느냐가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의 강력한 경쟁자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다음엔 뭐가 나올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경쟁은 좋은 겁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붉은 여왕(Red Queen) 가설:
모든 생명체가 끊임없이 진화하지만 주변 환경이나 경쟁 대상도 빠른 속도로 변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는 생물학 이론. 윌리엄 바넷 교수는 이를 경영학의 적자생존 경쟁론을 설명할 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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