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2009년은 ‘격랑(激浪)’의 시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국내 대표기업 CEO들은 생존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두 가지 지상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동아일보 산업부와 경제부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각 산업 분야에서 올해를 빛낸 ‘베스트 CEO’ 7명을 선정했다.
○ 어려운 환경에서도 탁월한 성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는 위기를 겪었지만 과감한 투자로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톱 5’ 위치에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올해 북미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4%를 돌파하는 등 현대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미국시장에선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 실직 시 차량을 반납받거나 할부금 일부를 대신 내주는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 유가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차액을 대신 내주는 ‘가스록(Gas Lock) 프로그램’ 등 기발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최지성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 사장은 올해 초 이윤우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새로운 ‘투 톱’으로 부상했다. 최 사장은 TV 부문 세계 1위를 확고히 했고, 휴대전화는 세계 1위 노키아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삼성 TV는 올해 2분기 평균 판매가격이 일본 소니를 제쳐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거뒀다.
올해 김반석 부회장의 LG화학도 선전했다.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7299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연초 7만 원대였던 이 회사 주가는 11일 현재 23만4000원까지 올랐다. 김 부회장은 한발 빨리 변화에 대응하는 특유의 ‘스피드 경영’으로 LG화학의 성장세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설업계에서는 허명수 GS건설 사장이 주목받았다. 이 회사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3% 늘어난 4750억 원이다. 지난달에는 아랍에미리트 루와이스에서 31억1000만 달러(약 3조6000억 원) 규모의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파트너 기업 없이 단독 시공하는 공사로는 역대 국내 최대 규모다.
○ 도전과 변화의 리더십으로 결실
STX그룹은 올해 조선업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로 조선업 세계 4위를 확고히 했다. 올해 STX유럽 지분을 100% 확보하고 중국 다롄(大連)에 생산기지를 건설해 글로벌 조선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 STX그룹을 이끄는 강덕수 회장은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으로 추대된 데 이어 4월에는 ‘한국능률협회 선정 한국의 경영자상’ 수상, 7월 ‘다산경영자상’ 수상, 8월 ‘한국경영학회가 뽑은 최우량 기업가상’ 수상, 11월 금탑산업훈장 수훈 등 개인적으로도 화려한 한 해를 보냈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석채 씨는 올해 1월 KT 회장에 취임해 민간기업 CEO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회장은 유선통신서비스를 ‘쿡(QOOK)’이라는 ‘발랄한’ 브랜드로 통합해 화제를 모았다. 6월에는 KTF와의 합병 법인을 출범시키고 ‘올레(olleh)’라는 새 브랜드를 내놓았다. 10월에는 유선 인터넷전화와 무선 휴대전화를 결합한 유무선통합(FMC) 휴대전화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달 들여온 애플의 아이폰은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를 이끄는 촉매가 됐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2003년 9000억 원의 적자를 내던 회사를 올해 카드업계 2위(개인 신용판매액 기준)까지 끌어올리는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현대카드의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2417억 원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지난해 실적(2578억 원)에 육박했다. 연체율은 3분기 말 0.4%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현대카드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마케팅의 ‘감성 경영’으로 잘 알려졌지만 정 사장은 여기에 금융업의 기본인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원칙 경영’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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