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경인년으로 미뤄진 숙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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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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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에는 시계를 한 달가량 앞당겨 경인년(庚寅年) 새해를 미리 시작하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 주요 기업들의 임원 인사 시기도 이달 초 중순으로 당겨졌고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한 중견 기업은 아예 지난달 15일을 2010년 1월 1일로 정하고 연말 조직 누수를 막고 있다고 한다. 하나같이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한발 앞서가기 위한 시도들이다.

기업가 출신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명박 정부도 여기에 뒤지지 않는 민첩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 부처들의 2010년 대통령 업무보고가 이전 정권보다 한 달여 앞선 14일 일제히 시작된다.

정부의 이런 발 빠른 움직임은 올해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가 되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가 10일 발표한 ‘2010년 경제정책 방향과 과제’를 보면 의욕만 앞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날 발표된 내년 주요 정책과제는 무려 100개가 넘는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비상 상황이었던 지난해 말에 발표된 올해 주요 정책과제(91개)보다 많다. 정책의 질(質)을 따지기에 앞서 개별 정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부터 숨이 차다. 자연스레 실행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말 발표된 올해 주요 정책과제 중 의욕만 지나쳐 시행되지 못하고 고스란히 내년도 과제로 미뤄진 것이 적지 않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 2월 취임 때부터 실행 의지를 불태웠던 의료 교육시장 등의 서비스산업선진화방안이 대표적이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자격사 시장의 진입 및 영업규제 완화 방안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추진하기로 했던 각종 고용 관련 정책들도 내년으로 넘어간다.

미완의 과제가 많은 것은 전시행정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어 책임지지 못할 숫자 채우기식의 정책 발표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미뤄지는 정책과제가 대부분 경제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난제(難題)들이어서 개별 부처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본보가 ‘2009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담긴 정책과제를 점검한 결과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분야는 달성 비율이 29%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여러 부처의 조율이 필요한 과제들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처의 벽을 뛰어넘어 경제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로서 경제부총리의 부활을 언급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체질 개선을 노리고 추진되고 있는 서비스시장 선진화방안만 해도 재정부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여러 부처의 힘겨루기로 자칫 토론만 하다 계속 미뤄지기 쉬운 숙제이기 때문이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매월 1회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기로 한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서비스산업 선진화 등 내년으로 미뤄진 주요 정책과제부터 이 대통령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하나씩 풀어나가길 기대해본다. 아무리 소리 높여 외쳐도 모두에게서 외면당하는 동화 속의 ‘양치기 소년’과 같은 모습으로 정부가 비칠 수는 없지 않은가.

박현진 경제부 차장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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