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만 해도 ‘2009년 한국 경제 전망’이라고 하면 마이너스(―) 일색이었다. 경제규모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됐고, 한국 대표기업들의 회계장부도 적자(赤字)투성이였다. 그러나 암흑의 그림자가 걷히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3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성장률과 기업실적, 외국인투자, 취업자 수 증가폭, 경상수지, 산업활동 등 올해 초 ‘―’의 공포에 빠져 있던 한국 경제의 주요 지표들이 올해 연말 모두 ‘+’로 마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글로벌 경제가 수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만큼 이런 회복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올 한 해의 성과로 한국 경제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은 대부분의 전문가가 인정한다. 6가지 지표로 올해 한국 경제를 정리해 본다.
▽경제성장률=올해 초 일부 외국계 증권사에선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최저 ―7.2%까지 낮춰 잡았다. 하지만 전망치는 지난 1년간 꾸준히 상향조정되면서 이젠 최고 0.4%(도이체은행)까지 내다보는 곳도 나왔다. 정부는 “올해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다”고 공식 확인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한국이 올해 0.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소폭 플러스 성장’이 대세가 됐다.
▽기업실적=코스피 상장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56.8%로 대부분 기업의 실적이 ‘반토막’ 나는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고환율과 비용절감, 경쟁력 제고로 상장사의 영업익은 올 3분기 32.6% 성장하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74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올 3분기엔 4조23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이익을 올렸다.
▽외국인투자=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해 33조 원을 순매도하며 초유의 ‘셀 코리아’ 사태를 유발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혀 반대의 행보를 보이며 지난해 매도분을 거의 모두 사들인 상태다. 올 들어 11일까지 외국인은 31조6036억 원을 순매수했다. 또 외국인은 국내 채권도 같은 기간 50조 원 이상 사들였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취업자 수=고용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악화돼 그해 12월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1만2000명)로 돌아섰다. 취업자 수는 올해 5월 21만9000명이 감소하며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가 8월부터 석 달 연속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는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정책과 기업들의 체감경기 회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경상수지=한국의 올 1월 경상수지는 ―13억6000만 달러로 적자를 나타냈다.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수출이 30% 이상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후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다가 최근엔 수출이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10월엔 약 50억 달러까지 흑자 규모가 커졌다. 올해 누적 흑자는 400억 달러를 돌파하고 수출액도 세계 9위권까지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활동=생산, 소비, 투자 지표는 모두 올해 초엔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지만 연말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광공업생산지수는 올 1월 전년 동월 대비 25.5% 감소했지만 10월에 0.2% 증가세로 바뀌었고, 소비재판매지수도 같은 기간 ―3.3%에서 9.8%로 반전했다. 설비투자지수 역시 올 1월 ―21.4%로 극심한 침체를 보이다가 10월 0.3%로 소폭이나마 플러스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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