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디바이드, 지구를 살리는 대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4일 03시 00분


온실가스 감축으로 전기-가스료 인상 불가피
에너지 빈곤층 늘어날 우려… 지원방안 시급

온실가스 감축이 본격화하면 에너지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에 경제적 사회적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에너지 디바이드’다. 에너지는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수라는 점에서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가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 목표를 발표하면서 조만간 가계의 전기 가스 등 에너지 관련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우선 원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것으로 평가되는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함께 탄소세 등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올해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는 지식경제부 장관이 필요에 따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대형 건물의 냉난방 온도를 제한하고 제한기간을 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앞으로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이 같은 에너지 사용 제한이 현실화할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되면 경제력이 있는 계층만 에너지를 불편 없이 사용하게 될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지난해 월 소득이 600만 원 이상인 최상위 계층의 가구당 에너지소비량은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인 최하위 계층의 2배였다. 하지만 가계 지출에서 주거광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상위가 4.7%에 불과한 반면 최하위는 13.3%나 됐다.

현재 소득의 10% 이상을 주거광열비에 지출하는 ‘에너지 빈곤층’은 전국적으로 약 120만 가구에 이른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본격화하면 새로 에너지 빈곤층에 편입되는 ‘에너지 신(新)빈곤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에너지 신빈곤층을 줄이기 위해 저소득층의 에너지 사용을 지원하는 ‘에너지복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난방비 지원과 요금 할인 등의 큰 방향을 마련했을 뿐 별 진전이 없다. 기본권으로서의 ‘최저 에너지 사용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

경원대 전기공학부 김창섭 교수는 “지금까지는 원하는 만큼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개인별 가정별로 에너지 소비가 할당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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