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을 씹으면 ‘불량학생’으로 낙인찍히던 때가 있었다. 어떤 학생은 ‘불량’하게 보이려고 일부러 껌을 씹었다. 딱, 딱 요란하게 ‘껌 씹는 소리’를 내면서.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껌은 ‘불량’은커녕 매너 있는 남성이나 센스 있는 여성의 필수품으로 변했다. 이런 변화는 우연히 찾아온 게 아니다. 특정 상품, 바로 ‘자일리톨’이라는 성분이 들어간 껌이 등장하면서 우리의 인식을 바꿔놓았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양치질 대용품으로 껌의 용도가 바뀐 것이다. 덕분에 자일리톨 성분이 들어간 껌은 베스트셀러를 넘어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라선 지 오래다.
베스트셀러는 이처럼 우리 사회와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소비자학회 박흥수 회장(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잘 반영하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베스트셀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화와 변화를 읽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특정 상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광고를 많이 했다든가, 다량구매가 많았다든가, 소비자 수가 늘었다든가, 아니면 새로운 시장이 개발됐다든가. 물론 이 모든 경우에는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렇다면 2009년 한 해 동안에는 어떤 제품들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주간동아’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자동차, 가전제품, 정보기술(IT) 기기, 식·음료 및 생필품, 도서, 영화, 연극 및 공연, 호텔, 대중교통, 관광지 등 10개 부문 33개 제품을 대상으로 올해의 ‘베스트셀러 Top 10’을 뽑아봤다. 국내 마케팅 시장이 워낙 ‘등수’에 민감한 탓에 일부 기업과 관계 기관들은 제품 판매량은 고사하고 판매 순위조차 공개하는 것을 꺼려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생필품 분야를 보면 봉지라면에선 ‘신라면’이 절대강자였다. 컵라면은 ‘육개장 사발면’, 차음료는 ‘옥수수수염차’, 컵커피는 ‘카페라떼 마일드 카페라테’, 소주는 ‘참이슬’, 맥주는 ‘카스 후레쉬(캔)’, 위스키는 ‘스카치블루’ 등이 1위를 차지했다. 세탁세제는 LG ‘테크’가 가장 많이 팔렸고, 치약은 애경 ‘2080’, 샴푸는 LG ‘엘라스틴’, 생리대는 유한킴벌리 ‘좋은 느낌’이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가전제품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을 양분했다. TV는 삼성 파브LED 46인치와 LG 엑스캔버스 LCD 42인치가 올해 ‘최고 히트모델’이었고, 냉장고는 삼성 지펠 740ℓ, LG 디오스 766ℓ, 세탁기는 삼성 하우젠버블 17kg, LG 트롬 17kg 제품이 가장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IT·모바일 분야 중 휴대전화는 삼성 ‘연아의 햅틱’과 LG ‘쿠키폰’, 노트북은 삼성 미니노트북 ‘센스 N310’, LG 미니노트북 ‘엑스노트 아이스크림 X120’이 대세였다.
승용차는 올해도 현대 ‘쏘나타’ 시리즈가 ‘무한질주’했다. NF에 이은 신차모델 YF까지 초대박 행진을 이어간 것. 단일 모델로는 ‘현대 아반테 HD 1.6’이 가장 많이 팔렸다. 1~10위 중 5위 르노삼성 ‘뉴 SM5 2.0’과 9위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 1.6’를 제외한 8개 차종을 현대·기아차가 싹쓸이했다. 도서에선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1, 2위를 차지했고, 영화는 ‘해운대’,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와 ‘2009 점프’가 최고의 관객을 동원했다.
올 한해 이용객수가 가장 많은 고속버스 노선은 ‘서울-광주’였고, 서울시내버스는 강북구 수유동 화계사에서 출발해 경기도 안양시 삼막사사거리를 오가는 동아운수 ‘152번 버스’, 지하철역은 ‘강남역’과 ‘광화문역’이었다. 투숙객이 가장 많은 호텔은 어디일까? 총 숙박인수로 하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이고, 객실당 숙박인수로는 ‘서울신라호텔’, 내국인 숙박인수로는 ‘그랜드하얏트서울’이었다. 관광지 중에는 대구 팔공산에 위치한 ‘동화사’와 제주 ‘성산일출봉’, 경기도 용인 ‘삼성에버랜드’가 방문객수가 가장 많았다. 이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궁금하지 않은가? ‘주간동아’ 716호 커버스토리 ‘2009 베스트셀러’는 제품별 베스트셀러들의 ‘비밀’을 소개하고, 이들을 통해 올 한 해 소비자들의 달라진 소비패턴은 물론, 우리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엿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