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LG전자가 올해 7월 국내에 출시한 3차원(3D) 액정표시화면(LCD) TV의 3D 영상을 전용 안경을 쓰고 감상하고 있다. 이 영상은 육안으로 보면 흐릿하지만 전용 안경을 쓰면 입체적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LG전자
한국과 일본이 ‘TV 패권 전쟁’에서 다시 맞붙었다. 전장(戰場)은 3차원(3D) TV 시장이다. 일본 업체가 디지털 TV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리면서 반격 카드로 3D TV를 들고 나왔다. 3D 관련 시장은 내년에 본격 성장해 2012년이면 시장 규모가 3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 LG전자-스카이라이프 3D 제휴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위성방송 채널인 스카이라이프와 손잡고 3D 영상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내년에 3D TV를 본격 출시할 계획이어서 스카이라이프와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스카이라이프는 이미 3D 영상물을 제작하는 ‘스카이HD’를 거느리고 있다. LG전자는 3D TV 관련 콘텐츠와 송출 채널을 확보해 국내 3D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와 스카이라이프는 11∼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09∼2010 스노보드 월드컵 빅 에어 대회’를 3D 영상으로 공동 제작하면서 손발을 맞췄다. 이 영상은 내년 1월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방송된다.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삼성전자는 3D 영상을 볼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TV를 내년 미국에서 열리는 CES에서 공개하고 시장에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에선 내년 10월경 지상파를 통한 3D 시험 방송이 시작될 계획이어서 3D TV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3D TV 시장 공략은 일본이 먼저 시작했다. 일본 소니는 2010년을 3D TV 원년으로 선포하고 2012년까지 전체 TV 제품의 절반을 3D TV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3D 영상으로 찍어서 세계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화면을 전달할 예정이다. 일본 파나소닉도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미국 할리우드의 20세기폭스사와 손잡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을 기용해 블록버스터 영화 ‘아바타’를 공동 제작했다.
○ TV 경쟁 패러다임 변화
TV 맞수인 한일 전자기업들이 잇달아 3D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TV 경쟁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의 TV 경쟁은 ‘보다 선명한 화질’과 ‘얇은 두께’, ‘감각적인 디자인’에 치우쳤다. 하지만 기술이 진화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시청자들에게 주는 게 중요해졌다. 이런 측면에서 3D 영상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3D TV는 왼쪽 눈에 보이는 영상과 오른쪽 눈에 보이는 영상이 달라 입체감을 느끼는 점을 이용했다. 두 대의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 왼쪽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왼쪽 눈에만, 오른쪽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오른쪽 눈에만 보여준다.
3D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3D TV와 게임기 등 3D와 관련한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012년 277억700만 달러(약 32조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08년(1억5900만 달러)의 170배를 웃돈다.
○ 무주공산 3D 표준 시장 선점해야
국내 업체들도 세계 TV시장에서 1, 2위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3D TV 콘텐츠와 기술을 확보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니는 자회사인 ‘소니 픽처스’를 거느리고 있고, 파나소닉은 ‘20세기폭스’와 3D 영화를 제작하는 등 ‘글로벌 콘텐츠 지원군’을 등에 업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또 현재 TV 촬영부터 전송, 디스플레이까지 모두 제각기 다른 기술을 쓰고 있는데 이에 대한 표준 확보도 시급하다.
김승철 광운대 차세대3D디스플레이연구센터 연구교수는 “한일 기업이 ‘파이’를 나누기보다는 파이를 함께 키워 3D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 박재형 충북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3D 시장을 선점하려면 해상도를 끌어올리고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3D TV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