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휴대전화시장, 팬택이 뚫었다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해외유명업체 모두 고전중장년층 겨냥 엘더폰 히트누적 판매 300만대 돌파

팬택의 두 번째 밀리언셀러 모델 W62PT. 도쿄=김창원 특파원
팬택의 두 번째 밀리언셀러 모델 W62PT. 도쿄=김창원 특파원
한국 중소 휴대전화업체 팬택이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시장에서 일을 냈다. 내로라하는 외국산 브랜드도 포기한 일본시장에서 진출 4년 만에 두 번째 밀리언셀러(100만 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전자제품 왕국 일본에서도 한국상품이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14일 팬택 일본법인에 따르면 2005년 11월 일본 휴대전화시장에 진출한 팬택이 올해 11월 현재 누적판매대수 300만 대를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중장년층을 겨냥해 내놓은 이른바 ‘엘더 폰(elder phone)’이 1년 만에 100만 대를 넘어섰다. 팬택은 단일 휴대전화 모델로 2007년(128만 대)에 이어 두 번째 100만 대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번에 세운 밀리언셀러 기록은 지난해 세계 경기불황 여파로 일본 휴대전화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와중에 세운 것이다. 올해 일본 휴대전화의 신규 판매 규모는 2007년 대비 약 30%가 줄어든 3500만 대다.

일본 휴대전화시장은 보수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굴지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들도 일본시장에 진출했다가 사업을 접었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토로라가 2004년 일본시장에 진출했다가 2009년에 완전히 사업을 접었고 노키아도 1994년 진출했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해외에서 품질력을 인정받은 삼성 LG도 일본 통신업체 도코모 및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만큼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굴지의 메이커에 비하면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팬택이 일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철저한 시장조사에 따른 현지화 전략을 들 수 있다. 경쟁업체들은 해외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언어만 바꿔 일본에 들여오지만 팬택은 디자인부터 개발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일본용 제품’을 만든 것.

팬택은 시장조사 결과 구매력은 있지만 핵심 소비자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6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기회를 찾았다. 자판과 화면을 키우고 전화번호를 3개까지 등록시킬 수 있는 단축다이얼 기능을 가진 제품을 내놓았다. 팬택의 밀리언셀러 제품 2개 모두 ‘엘더 폰’이다. 이 때문에 팬택은 일본 휴대전화업계로부터 ‘엘더 폰=팬택’이라는 이미지까지 갖게 됐다. 제휴업체인 일본 2위 통신업체 KDDI의 주문 조건을 빠르게 100% 처리한 것도 좋은 이미지를 심은 이유다.

팬택 일본법인 김영일 사장은 “전자제품에 대한 소비성향이 까다로워 이에 최대한 맞추다 보니 제품의 완전성도 높아졌다”면서 “제조사 잘못으로 인한 제품불량률이 0.15%로 KDDI의 요구 수준인 0.95%를 크게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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