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폴크스바겐그룹은 한국이 현대·기아자동차와 함께 올해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 자동차시장이 침체를 겪은 상황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늘려 주목을 받았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1∼9월 세계시장 점유율이 11.7%로 작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늘었고, 최근 일본 스즈키자동차와 전략적 동맹관계에 합의하면서 도요타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동맹’을 형성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14일 폴크스바겐그룹의 성장비결을 다룬 보고서에서 폴크스바겐그룹의 성공 요인을 ‘규모의 경제에 바탕을 둔 차별화 전략’으로 분석했다. 상품 전략에서 폴크스바겐그룹은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다양한 고객들을 만족시켰다.
1990년대 이후 고급 세단 ‘페이튼’,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티구안’, 소형 해치백인 ‘파비아’ 등을 잇달아 선보이는 등 그룹의 차량 모델 수가 1996년 34개에서 지난해 56개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차급별 히트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 모델을 만드는 방식으로 여러 차종이 서유럽의 차급별 최대 판매량을 세우는 성과를 냈다.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서도 연구개발 단계에서 브랜드 간 동일 차급 모델은 플랫폼을 공유해 연구개발·생산비를 낮췄다. 2001년부터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모듈화 플랫폼’ 전략으로 다른 차급에서도 플랫폼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생산 부문에서도 인수나 직접투자, 합자,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해 현지 생산비중을 높였다. 세계에서 ‘다품종 다량 생산’을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든 것이다.
판매 전략도 남달랐다. 1990년대 초 ‘신브랜드 전략’을 통해 그룹 내 모든 브랜드를 소득수준에 따라 분류하고 각자 목표 시장을 정해 치밀한 차별화를 추구한 것. 폴크스바겐, 스코다, 세아트가 모두 양산 브랜드이지만 폴크스바겐은 서유럽시장에 집중하면서 동일 차급 내에서 고가(高價) 전략을 구사하고, 스코다는 그 아래 브랜드로 중국·인도에 집중하는 한편 세아트는 스페인과 남유럽에서 감성에 호소하는 식이었다. 상위 그룹으로 분류된 아우디 브랜드는 폴크스바겐과 매장을 분리하고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력을 강조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 보고서는 “폴크스바겐이 경영 환경 변화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협력적 노사관계”라며 “1993년 노사 대타협으로 이룬 노사 신뢰가 위기 때마다 가장 근본적인 경쟁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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