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기가 급속히 회복됐지만 내년에는 다시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항상 ‘최악’을 생각하면서 경영할 생각입니다.”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사진)은 15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 개장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나 스스로도 그렇고 주변 경영자들의 의견도 그렇고, 내년에 경기 회복 추세가 꺾이는 ‘더블딥’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그럴 경우 롯데그룹 특유의 어려움에 대비하는 ‘굼튼튼 경영’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굼튼튼은 ‘허술하지 않고 튼튼하다’는 뜻으로 이 사장이 평소에도 강조하는 말이다.
이 사장은 직설 화법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최고경영자(CEO)다.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고 에둘러 말한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 사장과의 기자간담회가 끝나면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들어도 기사로 쓸 게 없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그런 그가 내년 한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왜일까.
올해 백화점업계는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보였다. 롯데백화점만 해도 예상매출액이 9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여파에 침체될 것으로 봤던 올 초 예상보다 크게 양호한 수치다. 이에 대해 그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전국 백화점 수는 120여 개였지만 지금은 80개 수준으로 줄었다”며 “백화점 업계의 호황은 계속된 구조조정 결과”라고 분석했다. 자체적인 성장동력으로 낸 성과가 아니기 때문에 내년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계속 경영의 고삐를 조이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롯데 스타일’인 셈이다. 내년도 롯데백화점 매출 목표액은 올해보다 8%가량 늘어난 10조 원이다.
또 그는 올 3월 매장을 열려고 계획하다 신세계에 용지를 내줬던 파주 프리미엄 아웃렛에 대해 “파주시 안에 신세계 매장과 아주 가까운 곳에 아웃렛을 짓겠다”며 신세계와의 격돌을 예고했다.
한편 17일 개장하는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에 대해서는 “롯데그룹의 근거지인 부산 지역에 랜드마크 빌딩을 짓는 것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라며 “광복동과 남포동 등 쇠락한 부산 구도심 지역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