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힐 신임 스탠더드차터드(SC)금융지주 대표이사 겸 SC제일은행장(45·사진)은 16일 “앞으로 2년간 한국에 1억 달러를 투자해 6개월마다 25개의 신규 지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7일 공식 취임하는 힐 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SC그룹은 2005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5조 원을 투자했으며 한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사람과 비즈니스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연소 45세 은행장
그는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힐 행장은 “SC제일은행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이 10억 달러로 규모가 크다”며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임대(리스)해 얻은 수익을 계속해서 비즈니스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C제일은행은 4년 동안 한 번도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이를 비즈니스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서울 강북구 우이동 연수원 등을 매각해 신규 지점 확장과 증권사 설립 등에 투자했다.
45세로 국내 최연소 은행장이 된 힐 행장은 영국 엑세터대에서 의료물리학을 전공했으며 2006년 금융업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19년간 주류업계에서 일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힐 행장은 1987년부터 2005년까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의 와인·주류업체에서 일했다. 특히 2002년에는 발렌타인 위스키를 만든 영국계 주류업체 ‘얼라이드 도메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뉴욕증시 상장을 이끌기도 했다. 2005년 이 회사가 프랑스계 주류업체 ‘페르노르드 리차드’에 인수되면서 2006년 1월 SC그룹으로 옮겼다.
힐 행장은 SC그룹의 싱가포르 주재 소매금융본부 CFO를 거쳐 지난해 1월 한국으로 건너와 SC제일은행 CFO 및 전략담당 총괄 부행장으로 일했다.
5개언어 능숙… 한국말 인사
영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등 5개 언어에 능숙한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어로 10여 분간 인사말을 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 부임한 뒤 2년 가까이 매일 점심을 거르며 1시간 30분씩 한국어를 공부한 덕분이다. 팀 밀러 SC지주 및 SC제일은행 이사회 의장은 “힐 행장은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사내 축구경기 때도 행원들과 같이 뛰는 등 한국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사내에서 평판이 좋다”며 “한국 금융에도 정통해 은행장으로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한편 2007년부터 SC제일은행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에드워즈 행장은 이날 퇴임하고 SC지주 및 SC제일은행 이사회 부의장을 맡는다. 그는 호주에서 지내며 1년에 6차례 정도 한국을 방문해 은행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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