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12월 캠페인 결산
저금리 대출 갈아타고 부채 평균 1000만원↓
“빚은 암과 같아 조기진단해 치료하는게 해법”
2009년에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사람들이 있다. 동아일보가 보건복지가족부,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펼치고 있는 ‘2009 함께하는 희망 찾기1―탈출! 가계부채’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이다. 이 캠페인은 저소득층 가정이 효과적으로 가계 부채를 관리하고 빚을 갚아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부채에 허덕이던 2880명이 부채클리닉 무료 상담을 받아 만년 적자생활에서 벗어났다. 5명은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 대상자로 선정돼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이들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올 거라 믿으며 희망의 싹을 키워가고 있다.
○ 부채 탈출에 성공하다
2월 23일 캠페인이 시작된 뒤 부채클리닉에는 상담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연일 몰렸다. 불황으로 장사가 안 되는 자영업자, 일자리가 불안한 일용직 근로자, 고금리 사채로 고통 받는 주부들의 딱한 사연이 줄을 이었다.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이달 12일까지 4826명이 부채클리닉을 신청했고 이 중 2880명이 심층 상담을 받았다. 이들은 재무 전문가들로부터 왜 매년 가계 빚이 쌓이는지, 어떻게 해야 빚을 줄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중소 건설회사에 다니는 40대 후반의 최모 씨는 투병 생활을 하는 모친과 부인을 돌보느라 항상 생활비가 부족했다. 월 340만 원의 소득으로는 병원비와 세 딸의 교육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었다. 금리가 비싼 제2금융권 대출로도 모자라 신용카드 6개로 ‘돌려 막기’까지 해야 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채클리닉을 신청했고,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가입한 보험과 연금을 해약해 빚부터 갚으라”는 조언을 들었다. 중복 가입한 보험과 연금을 해약한 돈으로 5000만 원의 고금리 부채부터 갚았다. 최 씨는 “그동안 저축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부채클리닉 상담을 받은 뒤 재기할 의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무계획적이고 충동적인 소비로 항상 빚에 시달렸던 30대 초반 맞벌이 부부도 부채클리닉 덕택에 알뜰살뜰한 부부로 변신했다. 이 부부의 월 소득은 400만 원인데 자동차 할부구매를 비롯해 갚아야 할 원리금이 매달 250만 원을 넘었다. 이 부부는 소비를 줄이고 고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의 대출로 전환하면서 가계수지가 월 32만 원 흑자로 돌아섰다.
○ 월 저축액 평균 4만8000원 늘어
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부채클리닉을 운영하는 포도재무설계가 부채클리닉 신청자 855명의 상담 전후 가계수지를 분석한 결과 가계적자가 월평균 81만4000원에서 21만2000원으로 74%나 감소했다. 상담 전 300만5000원이던 평균지출이 상담 후 243만1000원으로 57만4000원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도록 하고 소득수준에 비해 많은 각종 소비성 지출을 줄인 결과다. 가계부채는 상담 전 평균 6851만6000원에서 5843만2000원으로 1008만4000원 줄어든 반면 소득 대비 저축 비율은 2%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포도재무설계 라의형 대표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부채 문제에 대한 해법을 얻고 새로운 삶을 찾았다”며 “부채클리닉은 암 검진과 비슷한데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하면 쉽게 완치할 수 있지만 때를 놓치면 대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채클리닉에서 재기 의지와 역량이 검증된 신청자들은 하나금융그룹이 출연한 하나희망재단의 마이크로크레디트 대출 대상자로 추천됐다. 5월 15일 5명이 대상자로 선정돼 연 3%대의 저금리로 각각 최고 2000만 원의 무담보 무보증 소액대출을 받았다.
6월 9일 희망가게 1호점으로 서울 동작구 본동에 ‘은혜전기’라는 전업사를 차린 홍상연 씨(39)는 창업 6개월이 지난 요즘 웃을 일이 많다. 홍 씨는 “몸이 3개였으면 싶을 정도로 바쁘다”며 “잘될 때는 월 매출액이 400만 원을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내 인생 최고의 해”라며 “초심을 잃지 않고 꿈을 향해 전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 남양주시에 ‘국시마루지짐이’라는 국수가게를 낸 이정희 씨(48·여)는 목표였던 하루 국수 100그릇까진 팔지 못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며 여유를 보였다. 그는 “메뉴 개발도 하고 연구도 하는 만큼 내년엔 장사가 더욱 잘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원받은 돈으로 기존에 운영하던 학원 보증금을 해결하고 학원 규모를 늘렸던 김명규 씨(49·여)는 얼굴이 환해졌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주변엔 수강생이 줄어 문을 닫은 학원도 있는데 김 씨의 혼신을 다하는 강의가 입소문이 나면서 김 씨 학원엔 수강생이 모여들고 있다. 그는 “내년부터 하나희망재단에서 빌린 희망자금 원리금을 갚아 나가야 하는데 자신 있다”며 “열심히 갚아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찌개전문점 ‘전원일기’를 운영 중인 최영국 씨(39)와 전북 군산시 나운동에서 ‘일동생활건강’이라는 점포를 연 김성복 씨(62)는 매출이 기대만큼 나오진 않지만 낙담하지 않는다. 이들은 “재기할 발판을 디딘 것 자체가 성공 아니겠느냐”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나희망재단 홍원표 이사는 “이번 캠페인으로 창업자금을 지원받은 분들이 모두 실패 없이 잘해 나가고 있어 뿌듯하다”며 “자문위원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이들의 성공적인 재기를 끝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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