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일 쌍용자동차 공동관리인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우리는 살 준비가 돼 있다. 정부와 산업은행 등이 긍정적으로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재무적 투자자들이 리 아이아코카(파산 위기의 크라이슬러를 살린 세계적인 경영인)를 데리고 와서 경영을 한다 해도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기술력과 자본이 있는 자동차회사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해야 합니다.”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은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쌍용차 서울사무소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자동차회사가 쌍용차를 인수해야 한다는 조건은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회생계획안이 법원 인가를 얻은 뒤 처음 언론을 만난 자리에서 이 관리인은 쌍용차를 인수합병(M&A)할 회사의 조건과 매각 협상 진척 상황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우선 그는 “재무적 투자자(FI·금융권 투자자 등)에게는 회사를 매각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FI들이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쌍용차의 장기 생존에 필요한 것은 선진업체의 기술력과 자본이라는 논리에서다. 이 관리인은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직후에도 쌍용차를 인수할 업체의 조건에 대해 “쌍용차보다 기술력이 위에 있거나 최소한 비슷한 수준이어서 기술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었다.
그는 “쌍용차를 인수할 업체는 고용을 승계해야 하고 쌍용차 브랜드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37%나 되는 인력을 감원했기 때문에 고용승계를 해도 인수업체 관점에서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며 노조도 M&A 협상 때 이 부분을 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쌍용차가 자동차 M&A 시장에서 어떤 강점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관리인은 “‘누가 쌍용차를 사겠느냐’며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한국 자동차회사들의 품질 관리와 협력업체들의 수준은 세계 시장이 인정하고 있고, 한국 내수시장도 외국 기업들에는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 자동차업체 등 3, 4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이 중 1, 2곳에서 비공식 의향서(letter of interest)를 받았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비공식 의향서에 대해 “인수의향서(LOI·letter of intent)보다 낮은 단계로, 관심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리인에 따르면 이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기술 인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와 중국 시장에 대한 판매권 등을 궁금해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기업 이름을 묻자 그는 “파트너가 있는 일이므로 답할 수 없다”고만 했다. 다만 최근 나온 중앙아시아 업체의 인수설 등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했다.
현대자동차 사장을 지낸 이 관리인은 쌍용차가 지금의 어려운 처지에 온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10년 동안 주인 없는 기업으로 지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은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상하이자동차 등은 장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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