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손실 가능성 3년 장기투자하면 1년 때의 절반으로 ‘뚝’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4일 03시 00분


환란이후 기업가치 제대로 평가 받아
부동산 3년 투자 손실 한번도 없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국내 투자자들은 주식 또는 주식형펀드와는 사실상 담을 쌓고 지냈다. ‘반토막 수익률’의 충격은 사상 최장 기간의 펀드 환매로 이어졌고 많은 투자자는 “다시는 주식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엄밀히 따지면 올해의 주가 반등도 개인보다는 외국인투자가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 같은 극심한 위험 기피 현상은 2007년 전후 증시가 한참 달아오른 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국내에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2, 3년이 아닌 지난 10년으로 범위를 넓혀 보면 주식의 수익률이 예금이나 채권보다 훨씬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 3년 투자, 주식 손실 가능성 절반으로 낮춰

투자수단으로서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의 가장 큰 단점은 시장이 나빠지면 언제든지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0∼2009년 아무 때나 1년 동안 국내 주식(코스피를 복제한 주식펀드)에 거치식으로 투자한 총 106차례 중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난 사례는 32차례(30.2%)였다.

하지만 투자기간을 3년으로 늘려 잡으면 손실 가능성은 17.1%(82차례 중 14차례)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마찬가지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주식의 손실 가능성도 1년 투자했을 때는 43.4%나 됐지만 3년 투자했을 때는 12.2%로 뚝 떨어졌다. 장기투자가 주식의 안정성을 크게 높인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3년 투자했을 때 지난 10년간 정기예금의 수익률이 주식투자 수익률을 앞지른 것은 82차례의 투자 중 모두 21차례(25.6%). 신용카드 부실사태(2003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로 주가가 폭락했던 시기다. 이때를 제외하면 거의 매번 주식투자 수익률이 예금 이자를 앞질렀다.

또 부동산(주택) 투자수익률은 전국 단위로 보면 정기예금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은 10년 내내 정기예금 수익률을 웃돌았다. 특히 부동산은 전국과 강남 모두 3년간 장기 보유했을 때 평가손실을 한 차례도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지난 10년간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매력적인 투자자산이었다.

투자방식을 적립식으로 바꿔도 지난 10년간 자산 간의 수익률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다. 매달 100만 원씩 3년간 투자했을 때(원금 3600만 원) 지난 10년간 평균 평가금액은 브릭스주식이 5037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금(4674만 원), 국내 주식(4474만 원) 등의 순이었다. 이에 비해 3년 만기 정기적금의 3년 뒤 평가금액은 3900만 원가량에 불과했다.

○ ‘주식 전성시대’ 앞으로도 이어질까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충격에도 불구하고 주식 투자수익률이 부동산이나 예금보다 높았다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체질이 변하면서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10년 동안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주식의 이러한 높은 수익률은 전 세계적인 저금리와 엄청난 경제 호황기가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이례적 현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0년 세계 경제는 글로벌 유동성이 넘치면서 신흥시장이라는 거대한 투자처가 나왔고 중국 덕분에 고성장과 저물가라는 초호황기를 경험했다”며 “그러나 앞으로 10년은 개발도상국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이런 현상이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고 비관론을 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국채발행을 늘리면 채권 공급이 늘고 시장금리가 올라 결과적으로 주식보다는 채권 및 예금의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도 지금까지의 가격상승과 인구구조의 변화를 고려할 때 향후 10년 안에 ‘불패(不敗) 신화’가 깨질 수 있다는 예측이 우세한 편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은 “한국 경제가 고도 성장기를 벗어나 안정 성장기에 진입했기 때문에 현재의 저금리 기조와 주식의 매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선진국들처럼 저성장기에 들어서면 채권이 지금보다 각광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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