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국가기능만 유지… 서민-빈곤층 가장 큰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5일 03시 00분


재정부가 설명한 ‘준예산 집행’ Q&A

올해 안에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해 준(準)예산이 집행될 경우 정부의 재정지출에 의존해 생활하는 서민·빈곤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 상당 기간 재정 지출을 큰 폭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에 국가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져 경기회복세와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준예산을 집행하면 정부기관의 유지, 운영 외에 서민생활 지원 및 경제활성화 정책은 추진할 수 없게 된다”며 국회가 연말까지 내년 예산안을 처리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일문일답(Q&A)으로 소개한다.

Q. 준예산이 집행되면 정부가 내년에 벌이기로 했던 사업들은 어떻게 되나.

A. 모든 신규사업을 추진할 길이 막힌다. 특히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중증 장애인 연금, 희망키움 통장, 저소득 치매노인 약제비 지원 등 서민층을 위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다. 또 맞벌이 가구 보육료 지원 확대, 둘째 자녀 이상 무상보육 확대, 장애아동 재활치료 지원 확대 등 정부가 올해보다 대상자를 넓히기로 한 복지사업은 올해 수준에서 실시되거나 관련 법률 해석 결과에 따라 중단될 수도 있다. 이 밖에 4대강 살리기, 희망근로 프로젝트, 청년 일자리 마련, 사회복지시설 확충, 신종 인플루엔자A(H1N1) 항바이러스제 추가 비축,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보금자리주택 확대 공급 등 주요 정책사업도 중단할 수밖에 없다.

Q. 신규사업 외에 계속사업은 할 수 있나.

A. 헌법에 따르면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을 위해서는 준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국회가 예산을 여러 해에 걸쳐 배정해도 좋다고 승인해준 ‘계속비 사업’에 한정된다. 내년 전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24조8000억 원 중 계속비 사업은 21%인 5조2000억 원에 불과하다.

Q. 헌법은 ‘법률상 지출의무’가 있는 사업에는 예산 집행을 허용하고 있는데….

A. 기초생활보장 지원, 국민연금 지급 등 관련 법률에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된 사업에만 예산을 쓸 수 있다. 이런 명시적 표현이 없으면 지출이 불가능하다.

Q. 공공기관은 문을 닫아야 하나.

A. 공공기관은 대부분 법령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므로 문을 닫기보다는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는 선에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자체 사업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비를 분담하는 ‘매칭(matching)사업’이 많기 때문에 지방 재정 운용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Q. 준예산은 어느 정도 규모로 편성되나.

A. 규모는 좀 더 검토해봐야 한다. 헌법정신에 따라 최소한의 국가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만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위해 현재 준예산 집행지침과 배정계획을 세우고 있다. 연말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내년 예산안을 처리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소위가 구성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준예산 제도 역시 1960년 도입 후 한 번도 운영된 적이 없다. 헌법과 국가재정법 외에는 준예산 집행과 관련한 규정이 없어 담당 공무원들도 애를 먹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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