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토목 해외사업팀은 최근 브라질로 출장을 다녀왔다. 브라질 정부가 발주하는 상파울루∼리우데자네이루 구간 약 500km의 고속철도 사업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올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3조 원이 넘는 대형 공사를 따냈지만 중동 이외에 또 다른 시장을 찾지 않으면 두바이 사태와 같은 변수가 발생했을 때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이른바 ‘포스트 중동’ 프로젝트다.
다른 대형 건설회사들도 계란을 중동이라는 바구니에 모두 담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보고 중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 지금이 ‘포스트 중동’ 시장 개척할 때
24일 국토해양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478억 달러로 종전 최고기록인 2008년 476억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수주 금액 가운데 중동 수주물량이 73.3%이고 그중 아랍에미리트 물량이 33%에 이른다. 또 플랜트를 포함한 산업설비 분야의 수주가 전체의 74%를 차지하는 등 공사 종류도 편중됐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다른 지역의 발주가 위축된 반면 금융위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중동 국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발주 물량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은 오히려 중동 수주가 정점에 이른 지금이 ‘포스트 중동’ 시장을 탐색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1980, 90년대 국내 건설업계는 중동 편식의 후유증을 경험했다. 1981∼1983년 중동에서 3년 연속 100억 달러를 넘게 수주했지만 이후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중동 발주물량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3∼4년 사이 급증한 중동의 발주 역시 유가와 세계 경기에 따라 언제든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중동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최대 경쟁 상대였던 일본의 플랜트 건설업체들은 2005년부터 해외 수주 시장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 한국 업체들의 급부상으로 중동에서 주도권을 잃기 시작하자 일본 업체들은 단기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신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 건설사들 중남미, 아프리카 수주전 시작
국내 건설사들은 중남미 지역과 아프리카를 포스트 중동으로 주목하고 있다. 자원이 풍부한 독립국가연합(CIS) 지역도 진출해볼 만한 시장으로 꼽힌다. SK건설 플랜트마케팅본부장 황장환 상무는 “원유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중동과 달리 중남미는 인구가 많고 꾸준히 경제성장을 하고 있어 플랜트사업 수요가 안정적으로 커가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중남미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2006년 칠레 지사를 연 데 이어 올해 페루에도 지사를 세웠다.
그러나 신시장 개척은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STX그룹은 최근 아프리카 가나 정부가 발주한 100억 달러 규모의 국민주택 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그동안 해외 수주가 미미했던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 진출하는 신호탄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지 인력을 30%까지 고용해야 하는 의무조항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주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과 시공을 맡은 현지 하도급 업체와의 마찰, 부족한 시장정보도 신시장 진출의 위험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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