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시장 공략 탄력
최대 4기 200억달러 규모
터키와 수출협상 추진, 요르단에도 고위급 파견키로
전문인력을 확보하라
UAE에만 年400명 필요
퇴직 베테랑 현장 재투입, 관련 공기업 정원확대 검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형 원자력발전사업 수주 계약의 성과를 거둔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28일 오전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정운찬 국무총리(오른쪽),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공항을 나서고 있다. 성남=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터키와도 최대 200억 달러에 이르는 원자력발전소 수출 협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대 규모의 UAE 원전 수주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추가 수주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정부가 후속조치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는 아직 국산화가 덜 된 원전 설계코드 등의 기술을 조속히 개발해 2012년까지 100% 기술 자립화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원자력발전 관련 공기업의 정원을 3000명 늘리는 등 인력 확보 대책도 마련된다.
○ 터키 원전 수주도 추진
정부 고위 외교소식통은 28일 “UAE 원전 수출로 중동지역 신규 원전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며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터키의 원전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터키가 추진 중인 원전 규모는 입찰 공고가 나온 뒤에야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있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흑해 연안에 건설될 원전 4기의 수주 규모가 최대 200억 달러(기당 50억 달러 상당)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소식통은 “흑해 연안 원전 4기 중 2기에 대한 1차 입찰에서 러시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지만 조건이 잘 맞지 않아 별다른 진척이 없다”며 “러시아의 1차 2기 입찰이 무산되면 한국이 4기 원전을 모두 수주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터키는 1400MW급 원전 2기 공사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며 “터키는 경쟁입찰도 염두에 두고 있어 성공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요르단 정부를 상대로 1000MW급 발전용 원자로 1기를 수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내달 중순 정부 고위 관계자를 파견해 협상을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역전의 용사들’ 다시 부른다
지경부는 이날 “본격적인 원전 수출 체제를 갖추기 위해 원전 관련 기술인력 충원 및 양성, 기술자립화, 원전 수출 지원 시스템 마련을 뼈대로 하는 후속대책을 마련해 1월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향후 원전 관련 인력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UAE에 원전 4기를 짓기 위해선 현지에 파견할 기술인력만 해도 연 400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UAE 원전 공사의 성공적 완료를 위해 이미 은퇴한 기술인력을 다시 현장에 배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선 원자로 20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신고리 1∼4호기 등 8기의 원전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무턱대고 국내 원전 인력을 UAE로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과거 국내 원전 건설사업과 중동 건설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퇴직자들을 다시 현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세부적인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원전 건설은 경험이 정말 중요한 분야인데 경험이 있는 인력은 대부분 퇴직했다”며 “이들을 다시 불러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원전 건설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역전의 용사’들을 다시 부를 것으로 보인다.
○ 원전 공기업 정원 확대 검토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른 한전 한수원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등 원전 관련 공기업의 인력감축 정책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지경부와 기획재정부는 가스·원자력 관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 용역을 회계법인에 맡긴 상태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원전을 수주하면서 원전 관련 공기업은 무턱대고 인력을 감축할 수 없게 됐다”며 “향후 원전 수출 확대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최대 2000∼3000명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이 같은 의견을 담은 제안서를 이르면 이달 해당 회계법인과 재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경부의 움직임과 달리 재정부는 아직까지 “일단 용역 결과가 나온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자”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공계 인력에 대한 사후 교육을 강화해 원전 수주로 생긴 신규 일자리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자력발전 특성상 원자력공학 외에도 화학 토목 폐기물처리 등 이공계 전반에 걸친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원전 수주로 국내에서만 10년간 약 10만6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공계 인력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도록 이공계 졸업생에 대한 사후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급 연구인력을 육성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국내 대학 중 원자력공학과가 있는 대학은 서울대 한양대 KAIST 경희대 조선대 등 5개뿐이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1990년대 이른바 ‘전파 장학생’이 있었듯이 ‘원자력 장학생’을 매년 500명씩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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