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농-SK케미칼 공장터, 대규모 복합단지-아파트로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공장용지, 혐오시설서 고급주거단지로 속속 탈바꿈

도시 재생 차원의 리모델링 세계적 추세
면적 넓고 기반시설 좋아 대규모 개발 쉬워
교통 혼잡 막기위한 도로망 확충 병행해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SK케미칼 공장 용지는 수원에서도 낙후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올 3월 합성섬유의 일종인 아세테이트를 생산하던 화학공장이 가동을 멈춘 데다 공장과 창고 옆쪽으로는 노후된 단독주택과 연립빌라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곳은 머지않아 고급 주택가로 변신하게 된다. SK케미칼이 공장을 울산으로 옮기면 SK건설이 내년 5월 이곳에 3600채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를 분양하기 때문이다. SK건설 관계자는 “기부로 문화센터를 짓고 단지와 접해 있는 서호천과 연계해 대형 공원을 만들어 ‘친환경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독주택도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일대 개발이 끝나면 이곳은 1만여 가구가 거주하는 주거지역으로 바뀌게 된다.

혐오시설로 분류됐던 공장 용지가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도시가 확장되고 교통망이 확충되면서 그동안 외곽으로 분류됐던 공장 용지가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지 확보 차원에서 준공업지역 발전계획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러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시가 올 10월 발표한 ‘서울시 준공업지역 종합발전계획’은 대표적 낙후지역인 강서 구로 금천 도봉 성동 양천 영등포구 일대의 준공업지역 27.71km²가 대상이다. 시 전체의 4.6%, 여의도의 3배에 이르는 면적으로 서울시는 이 용지를 산업과 주거·문화 기능이 종합된 미래형 복합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개발사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0월 성동구 성수동의 삼표레미콘 용지 2만7000여 m²에 지상 110층짜리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짓고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는 사업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해 인허가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현재 물류센터로 사용 중인 구로구 오류동 동부제철(옛 동부제강) 용지 9만7000여 m²도 호텔을 비롯해 업무시설과 주거·상업시설이 혼합된 복합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이곳을 서울 서남권역의 지역 거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구로구 고척동의 옛 세아제강 용지에서는 올 2월부터 2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갖춘 문화체육단지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서초구 서초동의 롯데칠성 물류센터 용지에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 호텔, 백화점 등이 들어서는 초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공장 용지는 대부분 평지인 데다 면적도 넓어 대규모 개발이 쉽다. 여기에 도로, 지하철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과 인접해 있고 토지 소유 관계도 복잡하지 않아 개발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신영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옛 대농공장 용지를 주상복합 아파트와 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대단위 복합 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공장 용지는 대부분 면적이 넓고, 상하수도는 물론 전기 도로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대규모 개발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도 도시 재생 차원에서 구도심이나 도시에 인접한 공장 용지를 복합단지로 재개발하는 것이 새로운 건축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공장 용지를 활용한 대단지 아파트 분양은 소비자들로부터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한화건설이 인천 남동구 고잔동 옛 한국화약 공장 용지 237만 m²에 건설한 에코메트로 2차 아파트는 청약 최고경쟁률이 24 대 1을 기록했다. 특목고를 비롯한 9개 교육기관과 종합병원, 멀티플렉스 극장 등이 들어설 예정인 데다 넓은 터를 이용해 개발 면적의 44%를 녹지로 조성한 것이 인기 비결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나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홍콩의 ‘사이버포트’, 영국의 ‘도크랜드’ 등의 예처럼 외국에서는 구도심의 공장 용지를 복합용도로 개발하는 것이 정착 단계에 있다”며 “지역 특성을 살려 주위 시설과 연계해 개발하되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한 도로 확충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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