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에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시니앙가 공항의 활주로 아스팔트는 누더기처럼 파여 있었다. 가슴 졸이는 아찔한 착륙 이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갈아타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3시간 남짓 달려 바리아디 지역에 도착했다.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는 바오바브나무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리아디로 향하는 길에선 물통을 머리에 인 여성과 어린이들의 행렬이 계속 눈에 띄었다. 먹을 물을 구하기 위해 우물과 웅덩이를 찾아다니는 주민들의 고단한 삶은 찌들고 지친 이들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수질은 따질 처지가 아니다. 길가 웅덩이에서 소와 양이 물을 먹는 동안 아이들은 흙탕물을 물통에 떠 담았다.
하지만 바리아디 지역은 달랐다. 동네 어귀엔 서로 손을 잡고 노는 아이들의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현대식 홈통과 빗물저장장치가 설치된 바리아디 구청 건물 마당엔 깨끗한 빗물을 받아가려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의 해외무상원조 집행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2006년부터 실시한 식수개발사업은 바리아디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KOICA는 150만 달러를 투입해 시니앙가 주와 도도마 주에 각각 4개의 관정을 뚫고 이용시설 네 곳을 설치했다. 탄자니아 정부가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2025년을 목표로 수립한 ‘국가수자원개발계획’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바리아디 지역의 수자원 엔지니어인 리처드 마르기즈 씨는 “현재 KOICA 사업의 수혜자는 바리아디 지역 전체 주민의 34.7%인 시마와 소만다 마을 주민 1만8000여 명”이라고 말했다. 시마 마을의 주민 로즈 왐부라 씨(44·여)는 “KOICA 덕분에 안전한 물을 먹을 수 있다”며 “먹을 물을 찾느라 학교에도 못 가던 아이들이 이제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오성수 탄자니아 KOICA 사무소장은 “물 긷는 시간에서 해방된 주민들이 다른 경제활동에 투입할 시간을 얻게 돼 소득증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안전한 물을 마심으로써 각종 수인성 질병에서 해방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시니앙가=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한국은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글로벌 기버(global giver) 클럽’의 일원이 됐다. 한국의 원조 액수는 아직 국민총소득(GNI)의 약 0.1%에 불과하다. 하지만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한 세계 유일의 경험은 저개발국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아일보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세계 오지에서 빈곤퇴치와 복지증진에 노력하는 KOICA의 ‘코리안 드림’ 전파 현장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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