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사퇴를 선언하면서 KB금융그룹의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KB금융그룹은 올해 금융산업의 대대적 재편이 예고된 가운데 당분간 회장 공백이 불가피해 외환은행 인수 등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 필요한 중요 현안들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졌다.
당초 KB금융은 1월 7일 주주총회에서 강 행장이 회장으로 정식 선출되면 1월 중에 각 계열사 CEO와 국민은행 부행장 및 본부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기로 일정을 정했다. 강 행장이 3월 KB금융지주 회장 취임과 함께 은행장 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전제로 새해 사업을 위한 전열을 정비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강 내정자의 사퇴로 이런 구상은 제대로 실행에 옮길 수 없게 됐다. 회장 선임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이어서 임원 인사는 빨라도 3월 정기 주총이 끝난 뒤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더욱 악화돼 10개월의 임기를 남겨놓은 강 행장이 은행장 직까지 사퇴할 경우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장기간 경영진 공백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한 KB금융의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는 최근 ‘헐값 인수’ 혐의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설 금융그룹들의 외환은행 인수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 행장은 그동안 “가계대출에 특화된 국민은행과 기업금융 및 외환에 강한 외환은행의 결합이 시너지를 가장 크게 낼 수 있다”며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날개가 꺾인 강 행장이 회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계속해서 외환은행 인수전에 공격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비(非)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추진해 왔던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 역시 진척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차기 회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수합병 같은 현안들은 사실상 뒤로 밀려난 상태”라며 “경영진 공백이 길어지면 실적 회복 등 산적한 과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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