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이 접목된 쌀 가공식품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쌀 소비촉진 캠페인 등으로 쌀 가공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관련 특허출원도 늘었다. 쌀 가공식품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적용되는 기술 등이 첨단산업 못지않다고 식품 업계는 입을 모은다. 쌀을 이용한 새로운 가공식품 개발 현황을 들여다봤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지난해 말 의욕적으로 내놓은 ‘둥지 쌀국수’는 연구에만 꼬박 1년 반이 걸렸다. 쌀은 밀가루에 비해 식품 산업화가 부진했던 데다 밀가루와 달리 면발을 뽑아내기가 쉽지 않아 전면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해 초 파스타면 기술로는 세계 최고인 이탈리아 ‘파반’에서 설비를 들여왔다. 파스타면을 뽑듯 쌀국수를 뽑으려 했지만 쌀국수의 점성이 문제였다. 삶은 반죽으로 면을 뽑아내면 떡처럼 엉겨붙어버렸다. 쌀 품종에 대한 연구부터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 결과 쌀 특성에 맞는 제조공법을 개발했고 설비도 쌀국수 맞춤으로 개조했다. 이 기간 실험용으로 쓰인 쌀이 840t이나 된다. 농심은 쌀국수 생산설비 대부분을 국산화했고 현재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웅진식품은 지난해 7월 현미로 만든 시리얼 ‘현미칠곡’을 내놓으면서 두 가지 특허를 신청했다. 곡물의 질감을 살린 원형보존 가공법과 첨가물을 넣지 않은 배합조성비 등이 그 내용이다. 김미정 웅진식품 연구소팀장은 “옥수수를 주원료로 한 기존 시리얼 제품과 달리 현미를 가지고 곡물 그대로의 모양을 살려 만든 제품”이라며 “현미는 옥수수와 탄수화물 성분이 완전히 달라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고 첨가물 없이 바삭거리는 식감까지 살렸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세계 최초로 쌀단백질 추출에 성공해 이달 중 생산에 나선다. 추출된 쌀단백질은 각종 식품 첨가물로 사용되는데 대두나 우유단백질보다 소화흡수율이 높고 알레르기 반응이 적다는 게 강점이다. 관련 기술은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 일본 미국 유럽연합 등에 특허등록돼 있다.
즉석밥 등 기존 쌀 가공식품에 대한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종욱 CJ제일제당 연구원은 “즉석밥 전용 쌀 품종을 개발하고 무균포장밥을 만드는 신기술에 대한 특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냉동볶음밥을 내놓은 풀무원의 조근애 책임연구원은 “냉동볶음밥을 상품화하는 데는 알맞은 쌀 품종과 밥 짓는 방법 등 기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수십 가지에 이른다”며 “특히 밥알과 야채를 급속 냉동시키는 첨단기술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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