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이야기]눈길 운전, 여름용 타이어 ‘위험천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5일 03시 00분


1990년에 처음 운전면허를 땄으니 올해로 운전한 지 꼭 20년을 맞습니다. 2002년에 적성검사를 까먹어서 면허시험을 다시 치르는 바람에 지금 면허증 번호는 ‘02-’로 시작하긴 합니다. 그동안 얼마나 주행했을까요. 여기저기 많이 쏘다니고, 상습적인 서울∼부산 왕복에, 시승차도 수백 대를 탔으니 1년 평균 5만 km는 될 겁니다. 합산하면 약 100만 km네요. 지구 둘레가 4만 km 정도니까 지구를 25바퀴 돈 셈입니다. 그동안 국산차 6대와 수입차 2대 등 모두 8대의 차를 소유했습니다. 크고 작은 사고도 5차례.

‘내가 운전 경력이 20년에 100만 km나 달렸다’고 과시하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운전깨나 한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지내온 18년보다 최근 2년간 레이싱에 출전하면서 배운 것이 더 많습니다. 운전 경력과 운전 실력이 결코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하룻강아지 혹은 허장성세로 지내온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이란…. 그래서 이제는 운전에 자신감이 생겼을까요? 운전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오히려 더 겸손해졌습니다.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만 20년간의 일반 운전과 레이싱 운전을 통해 배운 운전 기술과 상식을 널리 나누기 위해 이 코너를 통해 수시로 연재를 합니다.

마침 폭설이 내렸으니 눈길 운전과 관련된 내용을 먼저 해보죠. 눈길 주행에는 4륜구동이 가장 좋고 전륜구동과 후륜구동 순이라는 것은 알려진 상식입니다. 그런데 4륜구동이라도 여름용 고성능타이어(UHP)가 끼워져 있으면 스노타이어를 끼운 전륜구동보다 못합니다. UHP 타이어를 끼운 후륜구동은 아예 주행을 안 하는 편이 좋습니다.

4륜구동이나 스노타이어 혹은 체인을 끼운 차량 운전자들은 오르막길에서 다른 차들보다 쉽게 주행했다고 내리막길이나 커브길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착각해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4륜구동이거나 체인을 장착했더라도 내리막길과 커브길에선 모두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눈길 운전은 힘들기는 하지만 운전 실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정말 과격하게 운전해야 접할 수 있는 한계상황을 시속 20∼30km의 낮은 속도에서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리하게 운전을 할 때 차가 어떻게 미끄러지는지, 커브길에서는 왜 속도를 낮춰야 하는지 쉽게 터득할 수 있습니다. 어쩌다 마주치는 눈길 운전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차의 움직임을 잘 살피면서 운전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미끄러지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을지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부드럽게 운전대를 돌리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을 가볍게 조작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운전의 기본은 리듬과 부드러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운전 고수’이십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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