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 워크아웃 증시 여파는…
아시아나항공-대우건설 반등세
금호산업은 이틀째 하한가 기록
계열사별로 주가 희비 엇갈려
지난해 말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 사태가 해를 넘기면서 주식시장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금호그룹 계열사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 규모를 감안해 저마다 시중은행들의 예상 손실액을 추정하고 나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이 현재 경제 여건상 2003년 SK그룹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고 지적한다. 코스피는 아직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앞으로 워크아웃의 진행 상황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질 수도 있다는 것.
○ 은행권 추가충당금 1조2000억 원 쌓아야
은행주들은 이번 사태로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증권업계와 금융당국은 금호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총여신이 풋백옵션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등까지 합치면 20조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이 때문에 은행권이 추가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은 1조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은행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한화증권은 4일 보고서에서 “금호그룹 사태로 인한 은행권 손실이 시나리오에 따라 1조3000억∼2조 원(자기자본 대비 1.5∼2.3%) 정도 될 것”이라며 “이 중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의 손실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화증권은 우리금융의 손실액이 최악의 경우 8500억 원(자기자본 대비 5.3%)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달 시작되는 채권단협의회의 논의 결과에 따라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이 리스크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은행업종의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증권사들은 이번 금호그룹 사태가 다른 부실기업들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고 이 경우 관련 은행의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대신증권은 “금호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은 지난 몇 개월간 투자자들이 인지하고 있었고 이미 지수에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어 주가의 추가 급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은행업종 지수는 금호그룹 악재가 불거진 지난해 12월 29일 3% 이상 급락했다가 4일까지 2거래일 연속 반등했다.
○ 고위험 회사채 시장에 충격 줄 수도
증시에선 금호그룹의 워크아웃이 과거 SK그룹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2003년 SK글로벌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며 시작된 SK그룹 사태는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에너지 등 우량 계열사의 지원이 컸고 관련 업황도 좋아 빠르게 수습될 수 있었다. 하지만 금호그룹은 계열사 전체가 어려움에 빠져 있고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도 높기 때문에 빠른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향후 워크아웃이 진행되면서 계열사들의 향방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4일 증시에서도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 대우건설은 반등세를 보였지만 금호산업은 계열사의 추가 매각 우려로 이틀째 하한가를 기록했다.
물론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은행업종의 손실 차원을 넘어 경제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란 진단이 우세한 편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고위험 채권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BBB급 채권이나 기업어음(CP)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조선 해운 주택건설 업종 등은 이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당분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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