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는 지난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지역별로 차이는 나지만 대부분 오랜 기간의 마이너스 성장세를 벗어나 플러스 성장률로 돌아섰다. 올해 세계 주요국들은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적지 않은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4대 경제 축’의 올해 경제를 집중 분석했다.》 성장동력 회복 미지수… 출구전략 늦출듯
지난해 하반기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서 벗어난 미국경제는 올해 더디고 느린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지난해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2.2% 성장했다.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마감하고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 역시 2% 중반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 전망치 평균이 2.8%다.
이처럼 올해에도 낮지 않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무엇보다도 대규모 실업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업률은 지난해 10월 10.2%에서 11월 10.0%로 하락하면서 고용시장이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기업들이 아직 고용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실업률이 올해 1분기(1∼3월)에 10.5% 안팎에서 정점에 오른 뒤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와 함께 지난해 대규모 경기부양책 등으로 급등한 재정적자 문제도 올해 내내 미국 정부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에 끝난 2009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1조4200억 달러로, GDP 대비 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올해 하반기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간 부문의 성장동력이 살아날지도 미지수다. 이와 함께 상업용 모기지 부실, 지방 중소형 은행 도산 도미노 등으로 금융 불안이 재현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9∼10%, 실업률을 4.6%로 잡았다. 핵심 정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내수 부양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내내 소비 진작책을 시행해 왔다. 올해도 이 정책들은 그대로 이어진다. 또 선진국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지난해 격감했던 수출이 회복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10%가량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대 복병은 물가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 우려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최근 집계된 지난해 11월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6%를 기록했다. 1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된 것이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이하로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5월부터 열리는 이른바 ‘경제 올림픽’인 상하이(上海) 엑스포도 중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엑스포가 중국 전체 GDP 증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중국 경제에서 올해 주목할 부분은 하반기에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제12차 5개년 계획(12·5계획·2011∼2015년)이다. 중국 공산당은 1953년부터 5년마다 발전계획을 수립해 실시해 왔다. 2006∼2010년 경제성장 방식 변화와 삼농(농민 농촌 농업) 문제 해결 등 6개 목표로 진행 중인 11차 5개년 계획을 이어받아 12·5계획의 주요 목표는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난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노출된 많은 허점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獨-재정, 佛-일자리, 英-마이너스 성장 고심 ▼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사상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던 유럽연합(EU)은 올해도 금융위기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해 ―4%대(추정치)를 기록했던 EU의 올해 예상성장률은 0.7%로 선진국 중에서도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이에 따라 올해 말로 예상되는 출구전략도 유럽에서는 내년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U 집행위원회는 2011년이 되어야 세계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성장세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긴 했으나 10%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엄청나게 늘어난 재정적자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경제의 견인차인 독일은 올해 1.2∼1.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과거 1.5%로 추정되던 잠재 성장률은 1%로 낮아졌다. 독일 정부가 지난해 대규모 경기부양에 이어 올해도 240억 유로(약 40조 원) 규모의 감세를 실시하기로 함에 따라 유럽의 ‘우량국가’였던 독일의 재정건전성도 크게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는 올해 1.0∼1.5%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실업률은 10.2%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공공 지출 확대 정책으로 일관하던 프랑스 정부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재정적자를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공공지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가장 심각한 침체를 겪은 영국은 올해 어떻게든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것이 최대 목표다.
완만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와 달리 일본경제는 올 한 해도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일본의 주요 일간지는 새해를 맞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법도 하지만 온통 우울한 전망의 신년기획으로 가득 차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년호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부활하고 아시아는 비약하고 있지만 일본은 ‘새로운 쇠퇴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이 지난해 마이너스 2.63%에서 올해 플러스로 반전돼 1.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일본의 주요 10개 민간 경제연구소가 예측한 성장률은 평균 1.15%로 정부 예상치보다 낮다.
일본경제 전문가들은 올해의 최대 화두를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으로 보고 있다. 디플레는 소비자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경기가 더욱 침체되는 경제 현상으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디플레 진입을 공식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디플레 심리를 없애고 성장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다. 우선 지난해 12월부터 0.1%의 초저금리로 10조 엔(약 124조 원)의 자금을 푸는 등 금융완화 정책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6월부터는 중학생 이하 자녀 1인당 1만3000엔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총 2조7000억 엔의 재정이 투입된다. 정기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올해 예산안(일반회계)도 사상 최대 규모인 92조2000억 엔으로 짜놓았다.
하지만 일본경제의 수요 부족이 37조 엔에 이르고 있어 이 정도 규모의 부양책이 디플레 탈출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자력으로는 디플레 심리 차단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일본이 미국 등 세계경기 회복과 아시아 내수시장의 성장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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