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블루칩 중 하나이자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승자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주가가 수직상승했던 현대자동차. 그러나 현대차는 2010년 증시에서는 아직 제대로 시동도 걸지 못하고 있다. 새해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4일과 5일 각각 전날보다 1.65%와 7.56% 하락했다. 6일 하루 종일 소폭 반등과 하락을 계속 오가다 전날보다 겨우 0.91% 오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영향력, 주가,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쾌속 질주했던 현대차가 올해 증시에서 저속 주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시장 부진 등 ‘3중고’ 겪어
현대차 주가가 갑작스럽게 내린 배경에는 우선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현대차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표적인 글로벌 자동차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12월 미국 시장 점유율은 3.3%로 전달보다 0.5%포인트 내려갔다.
내수 상황도 좋지 않다. 노후 차량을 교체할 때 지원하던 등록세와 취득세 할인 혜택이 지난해 12월 31일로 종료됐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판매에서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6일 1130원대로 주저앉아 환율까지 현대차에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병국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하락했다는 점에서 주가가 1차로 흔들렸고 여기에 불확실성이 높은 원-달러 환율까지 빠르게 하락하면서 주가에 더욱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악화된 주변 여건 새 모델로 극복할까
올 들어 시장 여건은 현대차에 호락호락하지 않게 움직이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는 현대차가 지닌 여러 호재로 이런 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많은 증권사가 현대차에 대해 ‘비중 확대’와 ‘매수’ 같은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는 데 따른 ‘신차 효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리투자증권과 유화증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에쿠스, 투싼, 쏘나타의 새 모델을 선보였고, 올해는 그랜저, 베르나, 아반떼 등 신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신년호에서 현대차를 표지기사로 다루며 10페이지에 걸쳐 호평했다. 포천은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포드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업체 4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대차의 발전은 속도위반 딱지를 떼야 할 정도로 빠르다”고 평했다.
이어 포천은 “이러한 현대차의 성공은 정몽구 회장의 품질, 기술 중심 경영전략과 이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공격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 또한 현대차의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포천은 정 회장이 취임한 후 품질문제를 전사적인 책임으로 만들어 가는 등 강력한 추진력을 펼쳤다고 덧붙였다.
손명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YF쏘나타와 투싼ix가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 ‘앨라배마 공장 가동률 상승’ ‘미국 판매법인 이익 증가’ ‘미국 점유율 상승’이란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흥시장 수요도 견인차 역할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국의 수요가 늘어나고 중국 정부의 중·소형차 구입 지원 정책이 연장된 것도 현대차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대대적으로 중국 내 딜러망을 정비해 중국 시장 영향력을 키웠다는 평가가 많다.
박무현 유화증권 선임연구원은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경쟁하는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주력 중·소형차 모델이 1800cc급이라 정부의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며 “1600cc급 이하 중·소형차 모델이 주력 차종인 현대차가 지속적으로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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