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車업계 재편 ‘덩치’에서 ‘속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8일 03시 00분


■ 자동차산업硏 보고서

10년전엔 덩치 키우기 주력… 현장 경쟁력 못살려 실패
요즘은 자본제휴로 약점 보완…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

세계 자동차업계에 10년 만에 다시 합종연횡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폴크스바겐과 스즈키의 전략적 동맹관계 합의로 세계 1위의 ‘자동차동맹’이 생기는 등 규모로만 보면 자동차산업의 지형도 자체를 바꿀 만한 수준이다. 유력 업체들이 이 같은 짝짓기를 통해 현대·기아자동차의 강점으로 꼽히던 속도와 유연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덩치 키우기’ 제휴는 실패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7일 ‘위기 이후 완성차업체 간 제휴 확대 배경과 특징’ 보고서에서 최근의 자동차업체 간 제휴는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등 거대 인수합병(M&A)이 줄지었던 1990년대 후반과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시장지배력 확장에 중점을 뒀던 1990년대 M&A와 달리 최근의 연합은 시장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더 정교하고 그만큼 더 주의해야 한다는 것.

이 보고서는 1990년대 후반 자동차산업의 제휴에 대해 “대규모 M&A가 기본적인 형태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상위 6개 업체만이 살아남는다는 이른바 ‘빅6 생존설’을 기반으로 유럽 업체는 미국 업체와, 고급차 업체는 양산브랜드 업체와 기업 통합을 추진해 모든 차급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을 펼친 시기였다. 그러나 다임러벤츠-크라이슬러, BMW-로버, 제너럴모터스(GM)-사브, 포드-랜드로버, 포드-볼보 등 이 시기 대형 M&A 대부분은 실패로 끝났다. ‘덩치를 키워놓고 보자’는 식의 통합이 현장 경쟁력을 높이지도 못했고 이질적인 조직 문화 등을 결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폴크스바겐-스즈키, GM-상하이자동차 등의 제휴는 전면적이기는 하지만 두 회사를 합치는 것은 아니며, 자본 제휴를 기반으로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폴크스바겐과 스즈키는 지분을 상호 인수하는 ‘르노-닛산’형 연합을 했으며, GM은 상하이자동차와 인도에 공동 합작법인을 만들 예정이다.

○ ‘경쟁 환경 더 크게 변할 것’

신흥시장 공략, 경·소형차 및 저가 차 라인업 보완, 친환경차 기술력 확보 등 시장, 제품, 기술 차원에서 뚜렷한 목표를 두고 서로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휴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1990년대 M&A와 다른 특징이다. 폴크스바겐-스즈키 제휴의 경우 폴크스바겐은 스즈키의 소형차 기술과 인도시장 판매망을 얻게 되고, 스즈키는 폴크스바겐의 클린 디젤 기술과 자본, 유럽시장 유통망을 활용하는 ‘윈윈’ 게임이다.

마찬가지로 푸조시트로앵(PSA)은 미쓰비시와의 제휴로 소형 상용차 및 전기차 기술과 아시아 판매망을, 미쓰비시는 경·소형차 기술과 유럽시장 진출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피아트는 제휴 대상인 크라이슬러의 최대 단점인 경·소형차 부문에 강점이 있는 반면 크라이슬러의 ‘안방’인 북미시장에 취약하다. 보고서는 “앞으로 유력 자동차업체들 간 제휴의 폭과 내용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경쟁구도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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