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 입주대란… ‘2채중 1채는 빈집’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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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7일 23시 23분


■ 3만여채 쏟아진 신규 단지 현장 가보니
DTI 규제에 기존집 안팔려
계약금 손해 보고 입주포기
판교 일부단지 입주율 33%
전세 안나가 계약자 발동동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동부센트레빌시티 단지. 현재 1∼3단지 입주율이 평균 50% 정도로 저조하다. 남양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동부센트레빌시티 단지. 현재 1∼3단지 입주율이 평균 50% 정도로 저조하다. 남양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국제도시의 오피스텔 86㎡형에 당첨됐던 A씨(39)는 최근 계약금 2500만 원을 포기했다. 2008년 8월 분양 당시 평균 190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였던 이 오피스텔 가격이 프리미엄은커녕 분양가 아래로 떨어진데다 국제학교와 외국인 병원이 들어선다고 했던 개발 계획이 연기되는 등 인근 환경도 열악해 세입자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A씨는 "월 30만 원까지 떨어진 임대 시세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어 대출 이자만 더 불어나기 전에 처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 경기 남양주시 진접지구의 115㎡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은 B씨(33)는 분양가보다 2000만 원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내놓았다. 기존 집을 팔고 잔금을 치르려던 계획과 달리 기존 집에 대한 매수 문의조차 오지 않는데다 고양시에서 1만여 채, 진접지구에서만 4000채 가까이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원하는 가격에 새 집의 세입자 구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B씨는 "입주 지정 기간이 끝나 연 11%짜리 잔금 연체 이자를 물고 있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안 나타나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말했다.

경기 인천 지역에 지난해 11월부터 이번 달까지 서울의 5배가 넘는 3만5892채가 한꺼번에 입주를 시작하고 있지만 입주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주택 거래가 전반적으로 부진해 자기 집을 팔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다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쏠리면서 세입자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잔금을 제 때 납부하지 못하는 계약자가 늘자 각 건설사들마다 공사 대금 회수가 안 돼 유동성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기리에 분양은 됐지만 입주는 안 된 텅 빈 아파트들

지난해 12월 22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오피스텔 '커낼워크'. 분양 당시 인파로 북적거렸던 모습과 대조적으로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었다. 지상 1,2층에 있는 상가에는 커피 전문점 한 곳만 불이 켜져 있을 뿐 대부분 비어있었고 '입주를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과 임대 문의 전화 번호를 써 붙인 종이만 펄럭이고 있었다. 상가 구석에서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개통을 홍보하는 KT 사무실 직원은 "10월 말부터 현재까지 10건도 개통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입주자 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재까지 445채 중 30여 채 정도만 입주해 입주율은 10%선"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 날 찾은 경기 남양주시 진접지구 일대도 입주가 시작한 지 두 세 달이 넘었지만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단지 내 상가 2층은 거의 비다시피 했고 상가 1층에 나란히 들어선 부동산 중개업소 10여 곳도 손님이 없어 한가했다. 임신한 아내와 함께 전셋집을 알아보러 왔다는 임모 씨(29)는 "115㎡(34평형) 전셋집이 7000만 원선인데 매물이 많아 좀 더 가격을 깎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때 '로또'로 불리며 청약 광풍이 일었던 경기 판교신도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11월 입주를 시작한 한 단지는 1081채 중 356채 정도가 입주 해 입주율이 33% 정도이고 단지 주변에 새로 개통된 왕복 6차선 도로는 출퇴근 시간대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경기 분당구 판교동 대우푸르지오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잔금 납부 기일이 1,2월에 몰려있는데 기존에 살던 집도 안 팔리고 새 집은 전세로 나가지 않아 입주가 안된 아파트가 많다"고 말했다. 판교신도시 백현마을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도 "현재 살고 있는 집 처분이 안 되면 최대한 대출이라도 받아보려다가 이도저도 안 되면 분양받은 집을 포기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입주시점까지 잔금 해결을 못하면 연체료와 기본 관리비를 내야하는데도 그동안 분양받느라 투자한 돈이 아까워 분양가 아래로 쉽게 가격을 못 낮추는 계약자도 많다"고 말했다.

●건설사들 입주 마케팅 총력전
이처럼 경기 인천 지역에 텅 빈 아파트가 늘어나는 일차적 원인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인한 부동산 거래의 실종에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2007년 분양 당시 경기 활황과 함께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밀어내기' 분양이 절정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4분기 분양 물량은 7만7135채로 같은 해 1분기 1만6680채 등에 비해 크게 늘었다.
늘어나는 주민 수에 맞는 도로 교통망 확충이나 상업, 교육 시설 등 기반 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아파트만 한꺼번에 지은 것도 문제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입주 물량이 증가한 상위 5개 지역은 경기 고양 파주 김포 용인 군포시로 모두 기반시설이 부족한 수도권 외곽지역이다.
입주율이 저조하자 각 건설사도 비상이 걸렸다. 계약금을 20%에서 10%로 낮추고 중도금 무이자나 이자 후불제 등 공격적인 분양 마케팅을 벌였던 건설사들은 입주 지연으로 인한 금융 비용 증가와 다른 사업장 분양 계획 연기를 피하기 위해 다시 입주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집값이 계속 떨어지자 10%에 불과한 계약금을 날리더라도 분양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는 계약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 경우 잔금을 못 받는 것은 물론 중도금에 대한 이자 상환 요구가 시공사로 돌아오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도 "분양가 할인은 못 해주지만 이사비 지원, 취등록세 대납은 물론 입주예정자가 손해를 보고 제 3자에게 아파트를 팔면 건설사가 일정부분 손해액을 보상해주는 방법까지 동원해 입주율을 늘리고 있다"며 "입주 마케팅이 시작되면 이미 그 사업에서는 손해가 불가피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최소한의 공사 대금이라도 회수하는 편이 낫다"고 토로했다.
부동산일번지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묻지마 투자 수요'가 대랑으로 유입되면서 처음부터 입주할 생각 없이 단기 차익만 노렸던 투자자들이 오히려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돌아서자 계약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 하반기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내세우며 2007년 당시와 같은 '밀어내기' 분양이 성행했던 만큼 몇 년 뒤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남양주=정혜진기자 hyejin@donga.com
송도=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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