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근의 멘탈 투자 강의]‘고위험 고수익’ 반복땐 ‘실패의 덫’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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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1일 03시 00분


수익낸 후 위험관리 못해 손실
초보자는 고가주 위주 투자를

지난주 삼성전자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단 한 명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코스피가 2007년의 최고치 대비 20%가량 떨어진 상태에서 이처럼 개별 주식이 신고가를 보인 것은 대단한 일이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코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다른 종목보다 월등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 중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외국인투자가의 보유 비중은 대략 48%이고 거의 모든 펀드마다 기관투자가들이 이 주식을 보유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관련 기업 등 주요 주주 지분을 제외하고 남는 몫이 개인투자자들의 지분이므로 10%가 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의 대표주식을 정작 개인은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이런 우량주식이 고가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그동안 수익성이나 안정성, 자산가치 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주식들도 액면분할(stock split)을 하면 중가주나 저가주처럼 될 수 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시가총액이지 주가 수준은 아니지만 주가의 높낮이는 시장에서 해당 회사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외국에서도 우량주의 주가가 모두 고가주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개인에게 이런 고가의 우량주식에 투자해 보라고 권유하면 “몇 주나 산다고요. 액면분할이라도 하면 몰라. 우리는 주당 몇십만 원씩 하는 것은 투자할 수가 없어요” 식의 대답을 듣는다. 이런 이유로 고가의 우량주식들은 주로 외국인이나 기관이 보유할 뿐 개인에게는 ‘그림의 떡’이 된다.

그럼 이런 식으로 개인이 고가주 투자를 기피하는 이유는 합리적일까? 실제로 투자는 총금액과 주가의 등락률이 중요하지 주식 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그보다는 저가주의 주가 탄력성이 고가주보다 더 높은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이것을 개인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주가가 500원인 저가주식은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고 테마만 잘 맞으면 쉽게 3000원까지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대의 상황도 일어난다. 회사의 부실 때문에 상장 폐지 당하는 불운을 겪을 가능성도 고가주보다는 저가주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당 50만 원인 주식은 쉽게 300만 원이 되지는 않는다(꼭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장 폐지될 정도의 위기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도 고가주에서는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개인은 대부분 저가주에 투자하면서 화끈한 수익을 기대한다. 움직이는 폭이 크니 단기매매도 가능하다. ‘고위험 고수익 전략’인 셈이다. 이렇게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투자하면서 저가주를 선호하는 경향의 맹점은 운이 좋아 몇 번 성공했다 해도 단 한 번의 실패로 그동안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잃는다는 점이다.

수익을 내기 전에는 ‘투자를 잠깐 해서 큰돈을 벌면 그만두겠다’고 다짐하는 투자자가 많다. 하지만 큰 수익을 내고 나서 정말 그만두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더 큰 자신감을 갖고 투자에 훨씬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자신의 수익을 바탕으로 더 적극적이고 잦은 매매를 하게 되는 행동으로 판돈효과(house money effect)라고 한다(2009년 7월 20일자 B6면 참조). 고위험 고수익 전략을 계속 쓰다 보면 실패의 덫에 걸려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투자에서 손해를 보는 투자자는 이익을 못 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익을 낸 후의 위험관리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고가주 투자가 더 낫고 저가주 투자는 아주 위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저가주 위주로만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무작정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시간적으로 투자에 많이 신경을 쓰기 어려운 투자자나 초보 투자자들일수록 기왕이면 고가주 위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수익과 위험을 관리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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