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로 얼어붙었던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주요 재건축 아파트의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서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이어가던 매매가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일부 재건축 단지는 지난해 9월 DTI 규제 강화 이전 수준으로 가격을 회복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세가 사업 추진이 가시화된 일부 단지에 국한된 것일 뿐 전체 재건축 시장으로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당분간 유지되는 데다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 인상까지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급매물 중심 거래 살아나 DTI 이전 수준 회복한 곳도 사업 탄력붙은 단지에 국한 전문가 “상승세 확산 힘들것”
○ 작년 10, 11월보다 거래 늘어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는 작년 말 예비 안전진단을 거쳐 3월 정밀 안전진단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는 소식에 가격이 뛰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11억7000만 원까지 떨어졌던 112m²는 지난 말 12억 원에 팔린 뒤 1월 초에는 12억5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1주일 새 5000만 원 올랐다. 119m²도 지난해 12월 14억4000만 원에 거래되다 1월 들어 14억9000만 원에 팔리면서 호가가 현재 15억∼15억5000만 원까지 뛰었다.
인근 아세아공인의 박효이 실장은 “작년 10, 11월보다 거래가 늘었으며 가격도 DTI 규제 이전 못지않게 올랐다”며 “안전진단 통과를 앞두고 문의는 많지만 호가가 너무 올라 사겠다는 사람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도 12월 말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으면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1단지 59m²는 지난해 9월 말 7억500만 원에서 11월 6억5500만 원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7억2500만 원으로 올랐다. 4단지 102m²도 현재 매매가가 8억1500만∼8억3000만 원으로 DTI 규제 강화 직전보다 2000만 원가량 올랐다.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는 최근 상가 용지를 늘린다는 정비계획 변경안이 통과된 뒤 105m²가 1주일 새 호가가 5500만 원 올랐다. 72m²도 작년 말보다 호가가 5000만 원이 올라 최고 12억5000만 원에 매물이 나왔다. 작년 9월 말 13억2000만 원에 거래되다 DTI 규제 강화로 12억9000만 원까지 떨어졌던 반포동 한신3차 132m²는 9월 말보다 4500만 원 올랐다.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는 최근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안이 나온 뒤 집값이 오르는 추세다. 인근 현대공인중개사 강동수 대표는 “용적률이 오른다는 기대감에 문의도 많아졌고 가격도 더 오를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강남구는 DTI 비율 40%가 적용돼 실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긴 힘들어
올해는 강남 재건축을 대표하는 은마아파트가 안전진단을 받고 있는 등 중층 재건축 단지를 위주로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안전진단 절차가 기존 2단계에서 1단계로 줄어든 데다 용적률 상한선도 높아져 사업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부장은 “재건축 아파트가 과거처럼 단기간 고수익을 내는 상품은 아니다”며 “대신 주거 환경이 뛰어난 강남의 대표 지역을 선점하겠다는 목적으로 재건축 단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시장의 회복세가 사업 추진이 가시화된 일부 단지에 그친 데다 DTI 같은 대출 규제가 유지되고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추가 상승이 이뤄지거나 주변 아파트로 오름세가 확산되기는 힘들다고 분석한다. 부동산1번지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가 대출 규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재건축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세나 주택시장 반등의 신호탄으로 보긴 이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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