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은행 인수 손실 등 강정원행장 책임 따질 듯
금융위 “차기 회장은 사외이사제도 개선후 뽑아야”
금융감독원이 이번 주부터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을 대상으로 종합검사에 착수함에 따라 KB금융을 둘러싼 관치(官治)금융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16∼23일 실시한 사전검사가 관치 논란을 촉발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종합검사는 사전검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고강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금감원은 14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KB금융지주에 12명, 국민은행에 30명의 조사인력을 투입해 종합검사를 실시한다고 10일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실이 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며 “사전조사 때 상당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조사 대상은 국민은행이 2008년 카자흐스탄의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을 사들인 뒤 대규모 평가손실을 본 것이다. 국민은행은 8000억 원 가까이를 투자해 지분 30.5%를 인수했으나 주가 폭락으로 평가손실이 2500억 원에 이르고 당초 목적과는 달리 경영권도 확보하지 못했다. 손실을 본 이유가 ‘부실한 사전 검토’에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는 게 금감원의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2007년 당시 국민은행 자회사였던 KB창투가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의 제작에 15억 원을 투자했다가 흥행 실패로 손실을 본 것도 조사 대상으로 꼽고 있다. 당시 국민은행 노조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실무진의 반대에도 투자를 압박했고, 영화표도 대량으로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작년 5월 10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것도 검사 대상에 올라있다. 커버드본드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다른 채권에 비해 발행비용이 많이 든다. 금감원은 발행 당시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 대외신인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것은 아닌지를 따질 예정이다. 이 밖에 KB금융지주의 일부 사외이사에 대한 비리 의혹,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확대 등도 조사 대상이다.
이번 검사의 칼날은 결국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인 강 행장을 향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금감원은 부인하고 있지만 조사 대상이 모두 강 행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통상 종합검사가 끝나고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까지 2, 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최종 검사결과는 5월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강 행장에 대해 문책 경고 이상의 징계가 결정되면 최소 3년간 금융지주사 은행 보험 금융투자사 등의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한편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은 사외이사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달라진 규정에 따라 일부 사외이사가 교체된 이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면서 사외이사들의 집단권력화와 경영진 유착을 방지하는 내용이 담긴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KB금융그룹 중점 조사 대상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인수과정 ―영화제작 투자 및 손실 ―금전적 지원을 통한 사외이사 장악 의혹 ―커버드본드 발행 관련 손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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