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빅3’ 부품수요 90% 회복…한국 납품社 희색

  • Array
  • 입력 2010년 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포드, 미시간 픽업트럭 생산라인 100% 가동
GM, 해고직원 재고용… 폐쇄공장 다시 돌려
크라이슬러, 소형차 ‘500 시리즈’로 승부수

미국 포드자동차 근로자들이 미시간 주 디어본 시에 있는 루지 공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위기에 몰렸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회사들이 최근 해고 근로자를 재고용하고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등 재기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포드
미국 포드자동차 근로자들이 미시간 주 디어본 시에 있는 루지 공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위기에 몰렸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회사들이 최근 해고 근로자를 재고용하고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등 재기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포드
“해고됐던 근로자 500명이 지난해 하반기에 다시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 주 디어본 시의 포드자동차 루지 공장에서 만난 안내인 릭 렙세츠 씨는 길게 늘어선 픽업트럭 ‘F150’ 생산라인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7∼8월 미국 정부가 시행한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에 힘입어 최근 공장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다”며 “유가가 갤런당 3달러 이내로 안정적인 점도 자동차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시장에서의 해빙 조짐은 포드뿐만이 아니다. 크라이슬러와 더불어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해 9월 일시해고를 당한 근로자 2400명을 재고용하고, 문 닫았던 미시간 공장 등 3곳을 다시 가동키로 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회사의 재기 징후는 이처럼 현장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 빅3 회복에 한국 부품업체도 ‘희색’

빅3의 재기는 미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부품업체들에도 가뭄에 ‘단비’가 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에 사무실이나 공장을 두고 빅3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은 54개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자동차 수요가 크게 줄면서 2개 부품업체가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GM과 크라이슬러,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에 서스펜션 부품을 공급하는 D사 관계자는 “지난해 빅3 공급물량이 평상시 70%에도 못 미쳤지만 현대자동차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지금은 빅3 물량이 9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감소세를 이어오던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12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세로 돌아섰다.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 손영철 차장은 “미국 자동차 경기가 지난해 3분기(7∼9월)에 바닥을 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연간 1600만 대 수준으로 생산량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 빅3 ‘중·소형차’ 개발로 위기돌파

“포드는 2012년까지 C세그먼트(준중형차) 판매량을 2008년의 2배인 200만 대로 늘릴 계획입니다.”

8일 데릭 쿠작 포드 부회장(글로벌 제품개발 담당)은 디어본 본사에서 열린 ‘신형 포커스’ 사전 공개 행사에서 중·소형차 개발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신형 포커스는 전 세계 3가지 플랫폼(차체의 뼈대)을 하나로 통합한 준중형 세단으로, 11일 개막한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일반에 공개됐다. 신형 포커스는 미국과 중국, 독일 등 5개국에서 생산되는데 특히 포드는 트럭만 생산하던 미시간 주 웨인 공장을 포커스 전용 생산라인으로 완전히 뜯어고칠 계획이다. F150과 익스플로러 등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에만 공을 들이던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연료소비효율(연비)이 낮은 대형차를 고집하다 최근 유가상승과 경제위기로 어려움에 빠진 것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실제로 포드 판매자료에 따르면 SUV(픽업트럭 포함)와 일반 승용차의 판매비율은 2004년 70 대 30에서 지난해 40 대 60으로 5년 만에 역전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자동차 조사기관인 에드문스닷컴도 최근 8년간 미국에서 경·소형차 시장점유율이 15%에서 23%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부분의 중·소형차를 해외에서 생산해오던 빅3의 판매 전략도 바뀌고 있다. GM은 올해 4월부터 GM대우자동차의 준중형 세단 라세티 프리미어(미국명 ‘시보레 크루즈’)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한편 내년에는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미국명 ‘시보레 스파크’)를 들여와 GM 역사상 처음 미국 시장에서 경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또 GM대우차가 개발을 주도하는 차세대 글로벌 소형차인 ‘시보레 아베오 RS’를 11일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했다.

포드도 2008년 유럽에서 먼저 출시한 소형차 ‘피에스타’를 올여름 미국 시장에 들여오고,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데뷔한 신형 ‘포커스’를 내년부터 미국에서 팔 계획이다. 크라이슬러는 자본제휴를 맺은 피아트와 함께 소형차 ‘500 시리즈’를 올 하반기 미국에서 판매하고, 2013년에는 피아트 플랫폼을 이용한 소형 SUV를 내놓을 예정이다.

디어본(미시간 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