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3高 몰려오는 한국…“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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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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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투기세력 원화 집중 매입
원유-원자재값 줄줄이 오름세
금리마저 바닥치고 상승 준비

“원화가치와 유가, 금리가 모두 상승하는 3고(高) 현상이 예상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는 큰 위기가 될 것이다.”(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한국 경제는 신(新) 3고의 위험 속에 놓여 있다.”(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재계 총수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우려했던 ‘신(新) 3고’ 현상은 괜한 엄살이 아니었다. 새해 벽두부터 원화가치는 치솟고 있고, 국제유가도 급등세다. 금리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해 원화 약세, 유가 하락, 초저금리 등 3저(低) 현상에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지출까지 가세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인 한국 경제가 올해는 신 3고에 발목 잡힐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가장 빠르게 올라가는 원화가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30일 1164.50원으로 거래를 마친 뒤 새해 들어 급락세(원화가치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12일 현재 40.9원이나 떨어졌다. 작년 말보다 3.6%나 절상된 것이다. 달러화와 비교한 원화가치의 절상률은 유로(1.2%) 일본(―0.2%) 영국(0.2%) 대만(1.3%) 싱가포르(0.9%)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이는 한국 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역외(域外) 환투기 세력들이 원화를 집중적으로 매집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NH투자선물은 “역외세력이 작심하고 원화 강세에 베팅하면서 외환당국의 어지간한 개입으로는 막아서기 힘든 공격이 시작됐다”며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아시아 통화 중에서도 단연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개인 및 기업이 보유한 달러까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외환당국이 자초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원화가치가 더 오를 요인이 많았지만 수출 확대를 위해 이를 지나치게 억누른 것이 환투기 세력을 자극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정부의 움직임이 확인된 만큼 외환시장이 더는 정부의 개입을 무서워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 유가 원자재 곡물 가격도 오름세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인 두바이유는 7일 배럴당 80.76달러로 2008년 10월 6일 이후 처음으로 80달러 선을 넘었다. 80달러는 정부의 올해 평균 유가 전망치이기도 하다. 국제유가의 오름세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달러화 약세로 석유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데다 북반구를 강타한 ‘글로벌 한파(寒波)’로 난방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옥수수부터 원유까지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은 식량 폭동이 일어났던 2008년과 견줄 정도의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국내 시중금리는 한국은행이 최근 11개월 연속 2.0%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초저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르면 상반기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위기관리 전략 더 정교해져야”

3고 현상은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의 상흔이 아직 남아 있는 현 단계에서는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한다. 여기에 고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까지 맞물리면 수입물가가 크게 오르고 수출기업은 더 심한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환율이 10% 떨어지면 경상수지 흑자가 88억7000만 달러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도 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경상수지 흑자가 19억9000만 달러 줄어들고 GDP도 0.21%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환율과 유가 변동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불가피하며 적절한 정책수단도 없다”며 “신중한 출구전략 실행 등 지속적인 위기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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