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자산운용이 12일 김학주 삼성증권 상무(전 리서치센터장·사진)를 주식운용2본부장 겸 리서치헤드로 영입한다고 발표하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작은 파문이 일었다. 뛰어난 자동차 애널리스트로, 2008년 하락장을 정확히 예측한 리서치센터장으로 각광받았던 그가 펀드매니저로 변신한다는 것 자체가 뉴스였다. 특히 그는 지난해 9월 주가가 반등할 때 ‘사상누각, 주가가 경제를 떠나다’라는 보고서를 낸 비관론자의 대표주자였다. 그러나 상승장을 예측하지 못해 지난해 말 리서치센터장 자리를 내놓았고 ‘다른 증권사로 옮긴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김 상무는 “애널리스트가 기업이나 경제 일반의 펀더멘털은 예측할 수 있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경기부양책의 결과가 어느 정도나 될지 예상하긴 힘들다”며 “앞으로는 펀드매니저로서 시장과 소통하며 새 아이디어를 계속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왜 경험이 전혀 없는 펀드매니저로 변신하느냐’고 묻자 그는 “증권인으로서 경력을 많이 고민했다”며 “증권사에서 경영 임원이 되기보다 시장에 계속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펀드매니저는 수명이 성과에 크게 좌우되고 단명할 리스크가 큰 자리인데 해보지 않은 일을 이제 와서 시작하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느냐’고 다시 묻자 그는 “용기가 없으면 배우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사실 그동안에도 투자전략 차원에서 어떤 종목을 사고팔지 꾸준히 얘기했다”며 “다만 투자자들이 시황을 판단하는 내 말에만 관심을 집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와 환경 분야에서 새로운 종목을 발굴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앞으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바뀔지 잘 읽고 그 안에서 유망 종목을 찾아내겠다는 것. 우리자산운용도 그의 풍부한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했다는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그는 “앞으로 2, 3년간 증시 전망을 좋지 않게 보고 있다”며 “구조조정을 할 시기에 재정지출이라는 쉬운 방법으로 문제를 넘겼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미래의 부(富)’를 당겨 썼고, 이 때문에 거품이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2, 3년은 지나야 이 거품이 꺼지고 이후에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바뀌면서 새로운 수요가 생겨 2013년 이후에 ‘큰 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솔직해지려고 노력한 것이 오히려 한계였다”며 “우리자산운용에서는 주식운용뿐 아니라 자산배분까지 맡기 때문에 증시가 좋지 않으면 부동산이나 원자재 같은 대안상품에 투자해 수익률 하락을 방어하는 ‘절대 수익률 추구펀드’를 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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